이건희 기증관 송현동 건립 확정…서울판 ‘내셔널몰’로 탈바꿈

입력 2021-11-09 18:43 수정 2021-11-09 20:28

‘이건희 기증관(가칭)’ 부지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이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는 광화문~송현동 일대를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 같은 세계적인 문화·관광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 부지로 송현동 부지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문체부와 서울시는 10일 송현동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옥상에서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건희 기증관은 송현동 부지 전체 대지면적 3만7141㎡ 가운데 9787㎡ 규모로 조성된다. 이달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에 착수하고, 2027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부터 국제설계 공모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명칭도 향후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확장성을 가진 이름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을 5대 고궁과 북촌 한옥마을,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과 연계해 내셔널몰이나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 섬 같은 세계적 문화·관광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는 명실공히 서울의 역사·문화·경제의 중심지”라며 “도보 20분 거리 내에 30여 개 박물관·미술관과 60여 개 갤러리가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관 인근 부지도 도심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국내외 방문객 유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해 서울을 세계 톱5 문화·관광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위해 서울 종로구, 용산구는 물론 전국 각 지자체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문체부는 기증품 특별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에서 종로구와 용산구에 대한 입지를 평가했다. 용산 부지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과 협력하기 쉽고 접근성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용산 부지는 공원지구로 지정된 탓에 건폐율(20%)과 용적률(50%)이 낮아 가용 건축면적이 작고, 원활한 진입을 위해서는 진입로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점이 취약 요인으로 꼽혔다. 결국 문체부와 서울시는 접근성과 주변 역사문화 자원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송현동을 최종 부지로 낙점했다.

송현동 건립을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부지교환 절차가 남아있다. 현재 대한항공 소유인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3자 협의로 시 소유지와 맞교환 하기로 한 상태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사들이고, LH와 서울시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다만 법제처가 “국가가 미술관 설립을 목적으로 지자체로부터 부동산을 대여받더라도 해당 공간에 영구시설물을 축조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착공이 어려운 상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