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불어온 ‘찬바람’… 봄날은 갔나 [3분 국내주식]

입력 2021-11-09 18:02
국민일보DB

국내 증권시장에서 ‘공모주의 봄날이 갔다’는 말이 들려온다. 투자 심리 악화로 기업공개(IPO) 시장을 떠받쳤던 유동성이 둔화된 결과다. 공모 희망가 범위(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사례가 나왔고, 일부 공모주는 IPO 일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시초가 수익률은 실제로 지난 4월 94.4%를 기록한 이후 30~5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는 37.8%까지 떨어졌다. 공모주 수익성은 수요예측 흥행과 연동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선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니너스 [389030]

증시에 막 데뷔한 지니너스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상장 첫날인 지난 8일 시초가(1만8000원)보다 25.56% 내린 1만34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9일에도 4.48%(600원) 하락한 1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밀의료 유전체 진단 기업 지니너스는 지난달 21~22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 밴드(2만4700~3만2200원) 최하단을 약 19% 밑돈 2만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66대 1수준에 불과했다. 지니너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는 현재 36%의 손실을 본 셈이다. 지난달 27~28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청약에선 경쟁률 162.5대 1을 기록, 증거금 약 8125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비슷한 시기에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조미료 개발사 에스앤디와 건강기능식품 제조사 프롬바이오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각각 공모가 대비 30.82%, 31.66%씩 하락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새내기 공모주를 향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결과로 분석된다.

케이카 [381970]

올해 공모가 희망 밴드보다 낮은 가격에 결정된 사례는 단 3건이다. 에스앤디, 프롬바이오, 케이카가 바로 그것이다. 에스앤디와 프롬바이오와 달리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이날 ‘공모주의 저주’(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를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전날보다 2650원(11.83%) 오른 2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카는 지난달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공모가(2만5000원)를 밑돌았다.

이날 증권가에서 나온 ‘매수’ 의견 기업분석보고서가 주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한 미국 중고차 시장의 호황을 언급하며 국내 업계도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카의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6.3%, 36.1%씩 오른 4900억원, 194억원을 가리켰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고차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매입원가가 올라가고 있다. 중고차의 온라인 판매가 대세라는 점과 국내 1등 업체의 판매 저력이 돋보였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엔켐 [348370]
2차 전지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기업인 엔켐은 상장 후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두 달간 상장한 종목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7거래일 동안 공모가(4만2000원) 대비 216.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날 4만8000원(5.57%)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켐은 상장에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밴드 최상단(3만5000원)을 20%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당시 기관투자자 경쟁률은 1647대 1이었으며 일반 청약에서도 증거금을 16조원 넘게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날 5%대 오름세는 중국 자회사인 엔켐 유한공사 지분 취득 관련 공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앤켐은 전날 장을 마감한 뒤 “중국 자회사인 엔켐 유한공사 지분 592억6000만원 규모를 취득 결정했다. 취득 후 지분비율은 100%이며 2026년까지 약 5년간 분할 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