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t당 200달러까지 치솟으며 철강재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철광석이 한 풀 꺾이자 이번엔 고철(철스크랩·쇠 부스러기, 파쇠 등을 일컫는 말)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 철스크랩 수요가 늘어나자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철스크랩(중량A)의 t당 가격은 60만원에 이르렀다. 지난 6월 t당 49만9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사이 20.2% 올랐다.
철광석과 철스크랩 등 원재료뿐 아니라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경기 회복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미뤘던 인프라 투자를 재개한 영향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탄소중립 기조 강화로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조강 생산량을 줄였다. 이 때문에 철광석 가격은 5월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철스크랩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철스크랩은 쇳물 생산 과정에서 철광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 철광석은 철강 1t 생산 시 이산화탄소 2t을 발생시킨다.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녹이면 탄소배출량이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일 때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철스크랩 사용량을 점차 늘릴 방침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현재 15%에서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철강업계도 철스크랩 사용량을 높이는 중이다. 중국은 지난 2월 전기로 생산 비중을 13%에서 20%로 확대하면서 철스크랩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일본 제철소들도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전기로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철스크랩 수요가 커지자 대표적 수출국인 러시아는 최근 수출관세를 45유로에서 70유로까지 올리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철강재 수요 증가, 탄소중립 가속화 등의 이유로 철스크랩 가격 강세가 한동안 지속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중요성이 최근 들어 더 부각됐고, 건설 등 수요산업 경기가 아직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고 있어 높은 가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