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 가량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을 소환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2억원의 출처가 박 전 특검의 인척이라는 정황을 포착해 사실관계를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9일 오후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를 소환해 김씨 등 대장동 관계자들과 돈을 주고받은 내역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씨와 함께 화천대유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하나은행 담당 실무자도 불렀다.
박 전 특검과 친척관계인 이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2015년 토목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나모씨에게서 20억을 빌린 뒤 김씨가 준 돈으로 100억원을 갚은 인물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 가운데 100억원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금전 대여 소식이 전해지자 김씨가 이 대표에게 건넨 100억원 중 일부가 최종적으로 박 전 특검에게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특검은 이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한 코스닥 상장사에서 2014년 1월 사외이사로 한 달간 재직했다. 그의 아들은 이씨가 운영한 또 다른 회사에서 2015년 11월부터 3개월간 근무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 15블록 가운데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시행에 나선 5개 블록 사업장의 아파트 분양업무를 독차지한 곳으로 알려졌다. 5곳 가운데 4곳은 2018년 이미 분양을 완료했고 나머지 1곳은 지난달부터 분양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검찰 출석길에 나씨에게 100억원을 전달한 이유를 묻자 “저번에 소명이 다 끝났다”고 짧게 답했다. 박 전 특검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업체에 박 전 특검 아들이 취업한 의혹을 묻는 말에도 “모른다”고 했다.
검찰은 관련자들 조사 과정에서 이씨가 이 같은 자금 거래 외에 2014년 무렵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요청으로 2억원 가량을 마련한 정황도 확인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이렇게 조달한 2억원을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여기에 이날 오전 화천대유 측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주관사로 참여한 하나은행 이모 부동산금융부장도 다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 부장은 시행사 ‘성남의뜰’ 하나은행 몫으로 비상근 이사직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장을 상대로 당시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없었는지, 사업계획서 제출 하루 만에 선정된 과정을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로부터 약정된 수수료 외에 10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논란도 진위를 가릴 전망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8년 사업주관 수수료로 받은 200억원 외에 성남의뜰로부터 2019년 1월 10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