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싸게 팝니다” 중고거래 믿었다간 낭패

입력 2021-11-09 13:35
요소수 대란이 한창인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현규기자 frosted@kmib.co.kr

#1. 직장인 A씨는 최근 요소수를 중고로 구매하려다가 큰 낭패를 봤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올라온 매물 중에 중고가 보다 값싼 제품이 있어 돈을 보냈지만, 요소수는 받지 못했다. 매매자가 선입금만 받아 챙기고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이후 A씨는 중고나라 게시판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다른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2. 요소수를 3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에 의심이 들었지만 B씨는 속는 셈 치고 매매자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매매자는 “제가 이런 사소한 거로 사기를 치겠습니까”라며 안심을 시켰다. 그런데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이 지났는데도 구매자는 오지 않았다. B씨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곧바로 은행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요즘 요소수 때문에 힘든 분들이 많은데 푼돈 갖고 장난질을 치느냐”고 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 장기화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한 요소수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중고나라 게시판에서는 요소수 중고거래 관련 사기 피해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피해 회원들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이름, 계좌번호 등 사기범의 인적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 신고는 총 44건이 접수됐다. 모두 중고 거래로 인한 피해다.

사이트별로는 중고나라가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근마켓이 6건, 번개장터가 2건, 네이버 밴드가 2건, 다음 카페가 1건, 기타가 5건 순이었다.

피의자들은 중고거래 사이트나 자동차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 글을 올려 ‘대량의 요소수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식으로 선입금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기 피해자는 “택배를 보냈다며 사진까지 찍어준 뒤 (판매자가) 잠수를 탔다”며 “사업자 등록증, 계산서까지 확인했는데 전부 가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요소수를 6만원에 판다는 말에 속는 셈 치고 2통을 주문했는데, 역시나 사기꾼이였다. 제 돈이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사기범의 신원을 공개했다.

경찰은 요소수 관련 사이버 사기에 대한 책임 수사관서를 지정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특히 피해 규모가 큰 다액 사건은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맡는다.

경찰은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중 가격 대비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을 주의하고, 거래 전에는 경찰청 ‘사이버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자 전화와 계좌번호가 신고된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피해를 본 경우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방문 신고하면 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