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예상하면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입력 2021-11-09 09:58 수정 2021-11-09 11:27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거나 우려한 경우 두통이나 접종 부위 통증 등 가벼운 부작용이 실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한 미국 연구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털리도(Toledo) 대학의 앤드루 지어스 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성인 5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표한 코로나19 백신의 7가지 대표적인 부작용(주사 맞은 부위 통증, 열, 오한, 두통, 관절통, 오심, 피로감)을 알려주고 백신을 맞았을 때 어떨 것 같은지를 물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자체에 대한 걱정 정도와 우울 증세 여부 등도 평가했다. 이후 3개월 사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추적해 실제 어떤 부작용을 경험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백신을 맞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 실제 경험한 것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주사 맞은 자리 통증, 두통, 피로감 같은 부작용의 경우 이를 예상했던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어떤 일이 발생하리라고 예측한 것이 실현되는 사회심리학적 현상인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봤다.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이 맞춰감에 따라 나타나는 이 현상은 효과가 전혀 없는 약을 효과가 있다면서 주면 환자에 따라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플라시보(위약) 효과와 비슷하다.

연구팀은 심리적인 요인이 백신에 대한 반응과 이처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느끼는 방식의 틀을 바꾸면(reframe)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요법과 심신의학’(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최신호에 실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