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현장에서 취재진과 주고받는 즉석 질의응답)’이 갑자기 중단됐다. 민주당은 후보의 ‘발언 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후보의 생생한 발언을 차단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8일 하루종일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취재진의 거듭된 발언 요구에도 아무 말 없이 차량에 올랐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예고 없는 백브리핑은 없다’는 입장을 무한 반복했다.
이 후보의 마지막 백브리핑은 지난 3일 경기도 부천 한 웹툰 제작사 방문 행사에서였다. 당시 백브리핑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 후보가 행사 도중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에 대해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한 것이 성 감수성 논란에 휩싸였다. 다음 날부터 백브리핑은 중단됐다.
이 후보는 전날(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발언을 금지당했다. 미안하다”며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각종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즉흥적으로 내놓으면서 준비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백브리핑 중단’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자신들이 준비한 메시지로부터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선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실언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본선은 실수를 덜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며 “다소 답답하게 비치더라도 계획된 메시지만 내보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윤석열 후보의 성격상 앞으로도 수차례 말실수를 더 할 것”이라며 “이 후보는 윤 후보와는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계획한 메시지가 주요하게 보도되는 게 맞는데, 그동안에는 언론 관심사에 맞춰 보도가 나갔다”며 “정작 우리가 준비한 일정이나 정책, 메시지가 묻히는 경우가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대위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이 후보가 이슈를 회피한다”는 ‘불통 이미지’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무조건 후보의 입을 막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가 정한 메시지에 주목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안일할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마치 이 후보가 이슈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정무적인 판단 착오”라며 “후보의 현장 발언을 조금 줄일 필요는 있지만,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미숙한 조치”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