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사태 등으로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연일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안정적 자원 공급을 위한 해외 자원 확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자원 관련 공기업의 지난해 해외 자원 개발 사업 투자액은 7억1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9년 전인 2011년(70억31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민간 기업의 자원 개발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된 해외 자원개발 융자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7년 관련 예산으로 1000억원을 편성했지만 2018년에는 700억원, 2019년에는 그 절반 수준인 367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인 36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또다시 349억원으로 20억원이 감소했다.
지원 예산이 매년 줄었음에도 지난 4년간 해외 자원개발 융자 예산은 매년 불용액이 발생했다. 니켈·리튬 등 광물 자원의 수요가 늘고 있고, 석유·가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도 불용액이 늘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다.
에너지·자원 관련 공기업들은 재무 악화를 막기 위해 그나마 갖고 있던 주요 자산도 앞다퉈 매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석유공사는 2009년 7억 달러에 사들였던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 페루’를 올해 236만 달러에 매각했다. 석유공사는 현재 보유한 17개국 31개 광구 중 6개국, 13개 광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광물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통합해 출범한 한국광해광업공단도 광물공사가 보유했던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과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등 모든 해외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광물공사는 이미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매입가(2억4200만달러)보다 훨씬 적은 1억5200만달러에 팔았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현 정부의 ‘MB 자원외교 백지화’ 방침에 따르면서 부터다.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투명한 절차 없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결과적으로 공기업의 재무 위험도 급증하면서 해외 자원개발·자원외교는 그 자체로 ‘적폐’로 낙인찍혔다.
전문가들은 ‘자원 안보’ 측면에서 정부가 중장기적인 자원 정책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대표적으로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지만, 한국의 자원 안보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미래를 위해 정부가 다시 자원 개발에 나서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