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격 미달’ 로스쿨 교수, 공적자금위원 내정 논란

입력 2021-11-08 17:04

17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민간위원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사가 내정돼 금융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해당 위원을 추천한 국회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자위는 오는 12일 신임 공자위 민간위원 4명을 위촉할 예정이다. 이중 국회 정무위원회는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두 사람은 전체 6명 민간위원 중 여야 추천 몫이다.

이 중 야당 추천을 받은 성 교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위원 자격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은 국회 추천 인사로 ‘주권상장법인 등에서 경제·재무·금융 관련 업무를 15년 이상 담당한 사람’이나 ‘경제 분야를 전공하고 대학 등 기관에서 15년 이상 부교수 이상 직으로 근무한 사람’ 등 경제전문가로 자격 요건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성 교수는 해당 자격에 미달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성 교수는 성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동 학교에서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 임용 후에도 대한국제법학회 부회장, 국제법평론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법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았지만 특별법이 규정한 경제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성 교수 이력을 검토해봤는데 (공자위) 관련 경력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공적자금과 관련 있는 금융사들 사이에서 성 교수가 추천된 데 의아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2009년 이후 국회가 추천한 공자위 민간위원들은 모두 경제학 교수 등 경제 관련 전문가들이었다.


성 교수는 2015년부터 4년간 신한카드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재직 중이다. 이를 두고 금융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신한 측이 밝힌 추천이유를 보면 오히려 공자위 민간위원 자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신한카드는 2016년 발표한 ‘사외이사후보 추천내역 공시’에서 “학계·행정계 및 국제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보유해 당사 경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도 ‘2020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서 “성 이사는 국제법 전공 교수로서 법학 분야의 이론과 실무적 경험이 풍부하고, 금융업 지배구조에 대한 고도의 지식을 보유했다”고 사외이사 추천 이유를 밝혔다. 두 회사의 추천 사유를 보면 금융·경제 전문가보다는 법 전문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자위 민간위원 최종 위촉 권한이 있는 금융위는 책임은 국회에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 교수 추천을 의결한 국민의 힘 소속 윤재옥 정무위원장은 “오랫동안 법을 가르쳤고 신한금융에서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며 “국민적 관점에서 공적자금을 감시할 역량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도 “국제통상·국제금융을 공부해왔고 신한그룹 등 금융 분야에서도 여러 군데서 재직했다”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