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중전회 개막…시진핑, 영도 지위 담은 ‘역사결의’ 초안 보고

입력 2021-11-08 16:11 수정 2021-11-08 16:25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4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4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기조 연설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토대를 닦을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가 8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자신의 집권을 1921년 공산당 창당과 49년 신중국 건국, 78년 개혁개방에 이은 역사적 사건으로 격상하는 결의 초안을 직접 보고했다. 2018년 헌법상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없애 장기 집권의 길을 연 데 이어 이번 결의로 영도적 지위를 확립함으로써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세 번째 임기가 최종 확정되는 수순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앙위 총서기이기도 한 시 주석은 회의에서 정치국을 대표해 업무보고를 하고 ‘당의 100년 분투에 관한 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 초안을 설명했다. 역사 결의는 토론을 거쳐 6중 전회가 폐막하는 오는 11일 채택, 발표될 예정이다. 6중 전회는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이후 처음 열리는 초대형 정치 행사다. 당 중심인 중국에선 중앙위 전체회의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한다. 19기 6중 전회의 결정 사항은 폐막일에 공개된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 이래 역사 결의를 채택한 건 두 번이다. 마오쩌둥 주도로 작성돼 1945년 4월 통과된 ‘몇 가지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와 덩샤오핑 주도로 1981년 6월 채택된 ‘건국 이래 당의 몇 가지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다. 세 번째 역사 결의는 시 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어 중국몽 시대를 여는 세 번째 지도자로 격상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이념적 토대로 시진핑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명보는 새 결의가 시 주석의 업적을 공고히 하고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3연임할 수 있는 길을 닦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1, 2차 결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당의 과오도 함께 담았지만 이번 결의는 100년 성과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개혁개방의 그늘인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단으로 시 주석이 내세우는 ‘공동 부유’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두 개의 100년’(공산당 창당과 신중국 건국) 목표 중 첫 번째인 전면적 샤오캉(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함) 사회를 올해 달성했고, 두 번째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19기 6중 전회 개막에 맞춰 공산당 중앙당사는 시 주석의 연설 원고 50편을 묶은 ‘인민이 주인임을 견지한다’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해 전국에 배포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2면 전체를 털어 원고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인민이 주인인 것은 시진핑 사상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일제히 시 주석을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시 주석을 ‘역사의 흐름을 읽는 핵심 인물’이자 ‘신념이 확고하고 행동이 과감하며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묘사하는 내용이다. 시 주석이 만 16세였던 1969년 문화대혁명 기간 산시성의 량자허촌에서 7년간 농민들과 동고동락한 경험, 10㎡ 남짓한 토굴에서 자본론을 세 번 읽고 독서 노트를 18권 썼다는 일화, 공산당에 10번 입당 원서를 낸 끝에 당원이 된 이력 등도 소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