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실적 좌우…“국내 반도체·車 업체 간 협력해야”

입력 2021-11-08 15:33 수정 2021-11-08 17:48

자동차 전동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과 자동차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연평균 8% 수준으로 느는 데다, 반도체 공급난이 내후년까지 이어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완성차 업계 실적은 차량용 반도체에 좌우됐다. 3분기쯤 되면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해소된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3분기까지도 여파는 지속됐다. 이에 반도체를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한 업체들만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3분기에 자동차 76만1975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생산량도 르노그룹의 ‘부품 우선 공급정책’ 지원을 받은 르노삼성만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했고, 나머지 4개 업체는 감소했다. 쌍용차와 한국지엠은 각각 53.1%, 78.1% 줄었다.


수입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동차 부품재고 관리정책을 바꾸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는 등 위험관리에 힘써온 도요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양호한 생산량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도 생산량이 1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되레 13.1% 늘었다. 현대·기아차도 2019년 대비 14.0% 감소해 30% 안팎으로 감소한 경쟁업체와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터널은 끝나지 않았다. 반도체 공급난이 짧으면 내년 상반기, 길어지면 2023년까지 계속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생산 예측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올해 글로벌 생산 차질규모를 1015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신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가 8일 발표한 11월 국산차 출고대기 기간을 보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는 8개월, 제네시스 GV60은 1년을 넘어서야 차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등 수요기업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장기계획을 국내 공급기업들과 공유하는 등 주도적으로 역할 수행을 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이 자체기술 확보 및 협력대상 탐색 등에 나서는 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폭넓게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