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근무와 유방암 발생 논란…국내 연구진 “관련성 없다”

입력 2021-11-08 12:40 수정 2021-11-08 12:46
유방촬영술 장면. 국민일보DB

그간 논란이 돼온 야간 근무와 유방암 발생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야간 근무는 밤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5시 사이 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를 말한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원장인 명승권(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1~2020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32편의 관찰 역학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명 교수팀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와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32편의 관찰 역학 연구(13편의 환자-대조군 연구, 4편의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 15편의 코호트 연구)의 연구결과를 종합분석했다.

모든 관찰 역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 야간 근무는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구 디자인 종류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다른 결과를 얻었다.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야간 근무가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지만 코호트(동일 집단) 내 환자-대조군 연구와 코호트 연구에서는 둘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코호트 연구가 환자-대조군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명 교수팀은 야간 근무와 유방암 발생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유럽의 노동 조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야간 근무를 하는 인원의 비율이 2010년에 17%였지만 2015년에는 21%로 증가했다. 야간 근무는 수면의 질 저하나 피로와 같은 정신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및 일부 암의 발생을 높인다고 보고됐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 근무를 발암 추정 요인(2A군)으로 분류했었다.
명 교수는 “하지만 암종 가운데 유방암의 경우, 기존의 관찰 역학연구에서 야간 근무가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는지에 대해 일관성있는 결과를 보이지 않아 이번에 메타분석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발표된 해당 주제 관련 가장 규모가 큰 메타분석으로 야간근무가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보고한 2019년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와 2021년 미국 보건복지부의 독성학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환자-대조군 연구를 종합한 경우 야간 근무가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지만, 코호트 연구를 종합했을 때는 관련성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을 두 기관에서 인정하면서도 위험성을 높인다고 보고한 것은 잘못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근거 수준 관점에서 본다면 코호트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관련성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게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명 교수는 야간 근무와 유방암의 관련성에 대한 기존 입장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면서도 “물론 개별 연구마다 야간 근무의 정의와 개념에 약간의 차이가 있고 대부분의 연구가 연구대상자들의 자가 보고를 통해 야간 근무 정보를 수집해 ‘회상 편향’이나 ‘분류 오류 편향’으로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편향을 최소로 한 추가적인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며 연구의 제한점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양학 분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확장판(SCIE) 국제학술지 ‘발암(Carcinogenesis)’ 10월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