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요소수 비축물량 민간 제공 검토…“부적절” 비판도

입력 2021-11-08 11:46 수정 2021-11-08 11:51
대민지원 작전에 투입된 육군 군용차량들이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뉴시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정부가 군이 비축해놓은 요소수 물량 일부를 민간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은 작전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시에 대비해야 하는 군용 물자를 방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방부는 8일 “군은 적정한 양의 요소수 예비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긴급하게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관계부처 요청시 군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한시적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은 민간에서 지원 요청이 올 것을 대비해 어느 정도 방출이 가능한지 물량 파악에 돌입한 상태다. 전날 정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요소수의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군부대 등 공공부문이 확보한 예비분을 민간의 긴급 수요처에 배정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군이 비축한 물량은 군 내부에선 수개월 사용이 가능하지만 민간 사용량 기준으로는 소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군 비축 물량이 풀리면 일반 트럭 등이 아닌 의료·안전과 관련된 긴급 차량에 우선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군이 민간에 최대 200t(20만여ℓ)의 요소수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호주에서 긴급 공수하기로 한 물량(2만ℓ)의 10배 수준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 전체 요소수 비축 규모에 대해서는 작전 소요 등 보안 사항이 포함돼 있어 설명드리기 부적절하다”며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방출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의왕컨테이너 물류기지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요소수는 디젤 화물차 등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데, 군용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계법령상 배출가스 규제를 받지 않는다. 군이 보유한 상당수의 디젤 차량은 구형 차량으로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지만 SCR이 장착된 민수용 디젤 차량 운용을 위해 요소수를 비축하고 있다.

유사시에 대비해야 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부가 군 비축물량까지 손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간의 한 달 치 요소수 소요량이 2만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 방출량으로 거론되는 200t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군용 물자까지 방출을 검토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라면서 “방출 효과와 적절성 등을 고려해 지원량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호주산 요소수를 긴급 후송하기 위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이번 주 안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