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뉴스] 2021년 대한민국 경제선진국 진입…산업 안전의 국격은?

입력 2021-11-08 10:53










벼랑 끝 노동자 안전

지난해 5월 경북 구미시 축사 신축공사 현장의
철골 지붕에서 선라이트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높이 약 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 5층에서 B씨가
동료와 함께 자재 운반을 하던 중 넘어지면서
승강기 설치를 위해 뚫어놓은 공간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안전시계 멈춘 건설현장 ‘비상불’

지난 7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882명 중
건설업 사망자가 51.9%(458명)를 차지했다.
또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 이상인
51.5%(236명)로 가장 많았다.
2018년에 건설업 추락사고 사망자가
290명까지 치솟은 이후 2년 연속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가장 심각한 안전문제다.

건설현장 산재사망 절반은 ‘추락사’

최근 5년간 건설현장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130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추락사(墜落死)한 것이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이 ‘사고 지뢰밭’

건설업 추락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설비를 갖추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막을 수 있는 ‘후진국형 재해’다.
노동자 추락사는 대규모 건설현장보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억~2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84명이 추락사고로 숨졌고
1억원 미만 현장에서는 77명이 목숨을 잃었다.
20억~120억원 미만과 120억원 이상 규모의
건설현장에서는 각각 45명, 29명이 사망했다.

작업발판·안전난간은 ‘노동자 생명줄’

추락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곳은
작업 발판이나 통로용으로 건물 바깥쪽에
설치된 비계(임시가설구조물) 등이다.
공사장에 뻥 뚫려있는 개구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에 추락 방지조치나
추락 방지망을 제대로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추락위험 일제점검

지난 7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매달 산업재해 현장점검을 정례화해
안전한 일터 조성에 본격 나섰다.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비중이 가장 큰 건설현장의
고위험 작업 시 추락사고를 예방할
안전조치가 잘 갖춰졌는지,
안전대·안전모·안전화 등 노동자가 개인 보호구를
올바르게 착용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사라진 안전모’… 참담한 현실

‘건설현장 추락위험 일제점검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전국 건설현장 3곳 중 1곳은 안전모 미착용 등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안전난간·작업 발판을 설치하지 않은
공사장도 상당수였다.
3545개 건설현장 중 2448개소(69.1%)는
안전조치가 미흡해 추락위험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경 없는 산업재해 예방

건설업 추락재해 사망사고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산재 사망사고
사례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 안전난간 미설치, 개구부 덮개 파손,
노후 설비 유지, 안전모 미착용,
부주의로 인한 발 헛디딤 등 법규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들이다.
이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노사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추락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노동자 생명 보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설비·제도 표준화 마련 시급

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를 나타내는 지표인
사고사망만인율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한다.
일부 유럽 선진국보다는 최대 10배가량 높다.
산재 사고 예방 체계를 개선하고
전방위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설비와 제도를 표준화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는 추락·끼임 위험현장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통해 안전관리 관행 변화를 유도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위험기계기구 교체 지원의
‘안전투자 혁신사업’과 일체형 작업 발판,
추락방지망 설치를 지원하는 클린사업장 조성사업을
통해 산재사고 사망자 감소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산업 안전은 나라의 품격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세계 상위권
경제선진국의 국격을 갖췄지만,
산업현장의 낮은 안전수준은 부끄러운 민낯이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처음 격상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나라의 국격과 연결될 수 있는 노동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체계를 한시라도 빨리 갖춰야 할 때다.

전진이 기자 ahb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