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50년 만에 아연 로(爐) 불 꺼졌다”

입력 2021-11-08 10:17 수정 2021-11-08 10:18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첫날 아침인 8일 오전 직원 300여명이 1공장 정문 앞에서 ‘선진도약 선서식’을 갖고 있다. 제련소는 노사가 함께 단결과 극복, 혁신과 발전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고 밝혔다. 영풍 제공

영풍 석포제련소 아연 로(爐)의 불이 8일 오전 꺼졌다.

1970년부터 공장을 가동한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석포제련소는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10일간 제련소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

경북도가 물 환경보전법 위반을 이유로 석포제련소에 내린 조업정지 20일 처분 가운데 절반인 10일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최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 정지와 함께 그동안의 과오를 깨끗이 털어내고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도 마련했다.

제련소는 7일 오후 11시, 조업정지 전 마지막 교대 근무조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2공장 앞 주차장에서 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등식을 진행했다.

조업정지 첫날 아침인 8일 오전 출근시간에도 직원 300여명이 1공장 정문 앞에서 ‘선진도약 선서식’을 갖고 노사가 함께 단결과 극복, 혁신과 발전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눈앞에 보이는 공장의 불은 잠시 꺼지지만 직원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세계 제일의 친환경 아연 제련소를 만들기 위한 불을 계속 밝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로 인한 피해가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업정지 기간 중 전 직원이 정상 출근한다. 근무를 하지 못해 임금이 삭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업정지 기간 중 각 공정 별로 향후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보수 및 환경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중요한 배관이나 설비를 수리·교체하고 주변을 정리정돈해 작업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10일부터 12일까지는 외부강사 초빙 특별환경·안전교육을 통해 전 직원의 환경·안전 의식을 강화한다.

석포제련소는 7일 오후 11시, 2공장 앞 주차장에서 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등식을 진행했다. 영풍 제공

석포제련소는 이번 조업정지 처분과 별개로 낙동강 유역의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총 320억원을 들여 도입한 공정사용수(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150억원을 추가 투입해 설비를 증설한다.

지난 8월부터는 430억원을 들여 1공장 외곽 하천 부지 1.1㎞ 구간에 오염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지하수 차집시설’을 설치 중이다. 향후 2공장 외곽 1㎞ 구간에도 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습식조업공장 하부 바닥 내산타일 교체 등 3중 안전망 완비, 빗물 저류조와 이중옹벽조 정비, 배수로 등 집수로 개선 등은 이미 완료했다. 비점오염저장시설은 추가 확충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집행한 600여억 원을 포함해 향후 2~3년 안에 수질 개선 분야에 약 2600억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창사 이래 처음 맞는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잠시 작업을 멈추고 되돌아보며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10일간 조업 중단으로 약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포제련소는 하루 1000톤가량의 아연을 생산한다. 10일간 공장이 멈추면 1만 톤의 아연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조업 정지가 끝나더라도 곧장 아연 생산에 들어갈 수 없다. 열흘 동안 식은 아연로를 재가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연로 재가동에만 2~3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손실액은 480억~520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만약 재가동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세계 아연 생산량은 2018년 기준 약 1320만 톤이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와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 호주의 자회사를 포함해 연간 121만 톤을 생산한다.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9.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연간 40만 톤의 고순도 아연을 제련하며 단일 공장 기준으론 세계 4위 규모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