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尹, 3년 공들인 슬로건 베껴…표절이 공정인가”

입력 2021-11-08 10:06 수정 2021-11-08 11:35
김동연 전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3지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슬로건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의 공화국으로’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베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부총리는 “명백한 표절”이라며 “지금 깨야 할 기득권이 바로 거대정당과 윤 후보 측인데 기득권인 사람이 ‘기득권 깨고 기회의 나라’를 얘기하니까 그것도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부총리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지난 3년 정도 책을 쓰면서 대한민국 모든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근본 문제,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마디 키워드가 뭘까를 3년 고민하다가 만든 게 (그 슬로건)”이라며 “제가 출마선언 때도 이것을 메인 슬로건으로 했는데 (윤 후보가) 그걸 썼더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이 ‘기회라는 표현은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어떤 카피라이트도 이제까지 안 쓴 말이 있었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건 제1야당 후보가 그런 철학과 내용도 없이 다른 대선 후보가 쓴 슬로건을 갖다 후보 수락 연설 말미에 결론으로 쓴다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전 부총리는 “슬로건을 표절할 수 있지만 철학까지 표절을 못할 것”이라며 “제 철학에 찬성한다면 정말로 어떤 기득권을 깨야 하고 어떤 기회의 나라를 만들지 가지고 한 번 (토론을) 붙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6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장에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 전 부총리는 또 윤 후보 측이 ‘우리는 우리의 정책 공약을 얼마든지 갖다 쓰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한 데 대해 “거기에 갖다 쓸 게 있느냐”면서 “공정하지 않은 사람이 공정을 얘기하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정의를 얘기하는 사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가 취임 뒤 100일 안에 50조원을 들여서 자영업자 피해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김 전 부총리는 “재정상황에 대해 어떤 기본적 철학과 내용을 알고 하는 얘기인지 상당히 걱정된다. 그리고 제1야당 후보가 그 정도 내용도 없이 지금 남 슬로건 베끼기, 남 정책 베끼기(를 하는 건) 정말 개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특히 윤 후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 달 적에 4단계 5단계 기수 뛰어넘은 것, 총장 달 적에도 그랬던 것들, 그러면서 벼락출세한 것 이런 것들이 검찰 안에서 과연 공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안에서 처리했던 여러 사건 중 좀 더 사실확인을 해봐야 되겠지만 가족과 관련된 문제 등을 봤을 때 공정과 정의를 얘기하기에 과연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히 밝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