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10%를 매각할지를 공개적으로 물어보자 350만명이 참여해 절반 이상이 “팔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머스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들어 미실현 이익 조세회피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주식 매각을 지지하는지 묻는 설문을 올렸다.
머스크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추진 중인 ‘억만장자세’ 때문이다. ‘억만장자세’는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제학자인 게이브리얼 저크먼의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는 법 시행 후 첫 5년 동안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약 500억 달러(약 59조원)를 물어야 한다.
투표 결과 350만명이 넘는 사람 중 57.9%가 210억 달러(24조9165억원)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여론조사를 요청하면서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머스크는 그러나 아직 테슬라 주식 지분을 언제,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내년 8월에 돌아오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머스크가 주식 매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머스크는 내년 8월 13일까지 테슬라 주식 2286만주를 주당 6.24달러에 매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난 5일 마감가 기준으로 약 28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 9월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얻는 이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며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여론조사 요청은 금융계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벤처 투자자 샤멋 팰리해피티야는 “250억 달러(29조6625억원)가 트위터 사용자들의 동전 던지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버클리대의 경제학자 개브리얼 주크먼은 “억만장자들의 세금 납부가 트위터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