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효심?…버지니아 주지사 아들, 아버지 선거서 두차례 투표 시도

입력 2021-11-07 23:51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글렌 영킨 당선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첸틸리의 호텔에서 열린 선거 행사 도중 당선 소식을 듣고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글렌 영킨 당선인의 미성년 아들이 두 번이나 아버지가 나선 선거에 투표를 시도하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스콧 코노파세크 페어팩스 카운티 선거관리사무소장이 성명을 내고 영킨 당선인 아들의 투표 시도에 대한 경위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킨 당선인의 17세 아들은 선거일인 지난 2일 오전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인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했으나 투표를 거부당했다. 선거 당국 관계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영킨 당선인의 아들에게 해당 사실을 안내한 후 내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등록을 권유했으나, 그가 이를 거절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선거법상 18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주지사 투표권이 없다. 선거 당일 18세가 되는 경우만 예외로 인정해 17세 청소년에게도 유권자 명단에 등록할 기회를 부여한다.

이 소년은 20분 후 투표소로 돌아와 17세인 친구가 투표했다며 자신도 투표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선거관리소 직원은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오늘 투표할 인원으로 사전에 등록되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소년은 투표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바로 학교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킨 당선인의 아들이 나이를 속이거나 투표를 방해하는 등 범법행위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지니아주 법은 허위 정보를 이용해 투표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격 미달인 주민이 투표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코노파세크 소장은 “이 소년이 허위 진술을 하지 않았으며 투표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영킨 당선인 측도 성명을 통해 영킨 당선인의 아들이 버지니아 선거법을 잘못 이해했으며 그저 담당 직원에게 투표가 가능한지 물어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치 신인인 친 트럼프 성향 영킨 당선인은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2009년 이후 12년 만에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주를 탈환한 그는 2024년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조명을 받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