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정 전 대변인 “공용폰 압수, 영장주의 원칙·언론 자유 침해”

입력 2021-11-07 18:35
국민일보DB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았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대검 감찰부를 겨냥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감찰부는 전임 대변인들이 공보 업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가져간 뒤 참관 없이 포렌식을 진행해 논란에 휩싸였다.

권 지청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언론과의 관계 전반을 사찰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감찰부가 단순히 진상조사 차원을 넘어 윤 전 총장 재임 시절 언론과의 관계 전반을 사찰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감찰부가 진상조사와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확보하려 했다면 전임 대변인을 (포렌식에) 참여시키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지청장은 입장문에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수사기관이 범죄혐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는 전자정보를 확보하는 행위를 방지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상조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대변인실 서무 직원만 참여하면 된다고 강변하면서 ‘휴대폰을 실제 사용한 전임 대변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라’는 현 대변인의 요청을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감찰 사안’, ‘휴대폰 압수 및 포렌식 사실을 누설하지 말라’는 취지로 현 대변인에게 경고하면서 실사용자인 전임 대변인을 포렌식 절차에서 노골적으로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권 지청장은 이 같은 감찰 방식은 전례 없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 관련 다른 자료를 확보했던 과정과도 극명히 대비된다”며 “최근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들이 과거 사용했던 컴퓨터를 확보할 때 실사용자인 직원들로부터도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았고 포렌식 과정에도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대내 업무자료 작성 목적인 컴퓨터에 비해 휴대폰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더욱 두텁게 비밀이 보장되는 대내외 ‘소통’이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참여기회가 배제된 채 포렌식이 진행된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영장 없는 압수와 몰래 포렌식’이 실시된 전 과정 및 그 경위, 검찰총장의 승인 여부 및 그 경위, 진상조사 과정에서 공수처와의 의사소통 과정, 이번 포렌식 결과가 어떠한 형태로든지 공수처에 전달되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지청장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활동과 검찰 공보관의 공보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