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이 공보 업무에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디지털 포렌식한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압수수색영장 없이 언론 대응 휴대전화를 가져간 데다 전화기 사용자였던 전임 대변인들의 참관 없이 포렌식이 이뤄져 절차상 위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감찰부는 “휴대전화가 초기화돼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으나 편법적인 ‘언론 검열’ 문제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감찰부는 6일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문건 의혹과 관련해 전임 대변인들이 사용하던 공용폰을 임의로 제출받아 포렌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인선 대검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임명된 2019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대변인실에서 사용한 공용폰을 지난달 29일 감찰부에 제출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권순정, 이창수 전 대검 대변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전임 대변인들은 이 사실을 6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감찰부는 대변인실 수사관에게 포렌식 참관을 요청했지만 수사관이 “내가 사용한 것이 아니다”며 거부하자 자체적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서 대변인이 반발하며 김덕곤 감찰3과장에게 “전임 대변인에게 알리겠다”고 말했으나 김 과장이 공무상기밀누설에 해당한다며 감찰에 비협조하는 것도 감찰 사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부는 세 번의 초기화가 이뤄져 공용폰에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참관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없었고 사후 통보도 안 했다는 입장을 냈다.
법조계에선 사용자 없이 진행한 포렌식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임의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절차마다 소유자가 참관한 상태에서 포렌식을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애초 참여권을 제한한 후 “나온 게 없으니 사후 통보를 할 여지도 없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7일 “계속적인 참여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포렌식 당시 추출된 자료 목록을 즉각 알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언론과의 소통 용도인 휴대전화를 증거 확보 가능 범위가 특정되는 압수수색 영장 없이 통째 가져간 자체가 언론 검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용폰 주체의 상대방은 언론인데 관련된 정보 모든 것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은 것은 사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 대변인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엄중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공용폰 특성상 소유자는 개인이 아닌 대검으로 관련 정보는 얼마든지 공유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공수처가 임의제출 일주일 뒤인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포렌식 자료를 가져가면서 감찰부와 사전 조율해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자료를 가져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 우회로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수처는 “대검 내부 상황을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특정 시점 이후부터의 감찰 자료 일체를 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고 감찰부가 영장에 따라 넘겨주는 것을 받아왔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권 전 대변인을 지난달 14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