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게 자신에 대한 사장 사퇴 압박과 대장동 사업 설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침’ 때문 아니었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유 전 본부장은 답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황 전 사장이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임명권자를 운운해 이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거론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냈었다.
7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황 전 사장은 지난 5일 “내가 자네와 협의하고 지시한 내용이 하나도 수렴되지 않은 것이 모두 다 이 전 시장(이 후보를 지칭)의 계획된 지침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는 장문의 메시지를 유 전 본부장에게 보냈다.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두 차례 전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메시지를 읽은 뒤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방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사장은 검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이 2015년 1월 투자심의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의결됐던 원칙들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결과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례로 황 전 사장은 “대형 건설사가 들어와야 컨소시엄이 튼튼해지고 리스크가 줄어든다”(국민일보 10월 29일자 11면 보도)고 공개 지시했음에도 공모지침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건설사 배제’를 7대 필수조항 중 하나로 공사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는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전 사장은 또 메시지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이 전 시장이 고백했듯이 본인이 설계하고 유동규(전 공사 기획본부장)가 행동대장으로 실행한 그런 사업이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양심선언을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황 전 사장은 “우리 건설기술자로 순수했던 옛날 시절로 돌아가자.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을 하고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