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표류하나… 입장차 드러낸 美 이어 日 사실상 반대

입력 2021-11-07 15:52

일본이 기시다 후미오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에서 휴전상태인 남북 간 종전선언 추진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에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6일 보도했다.

후나코시 국장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멈추지 않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토대로 종전선언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찬반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아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일 간 온도 차가 부각됐다고 한다.

지난달 4일 출범한 기시다 정권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반복하고 북한의 핵 개발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융화 분위기만 확산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특히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지면 자국에 가장 중요한 일본인 납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게 통신의 설명이다.

일본은 한국전쟁 당사국도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 현안에서 비핵화 우선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북한 미국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가 모여 한국전쟁 종료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사흘 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7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유엔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남한 점령을 정당화·영구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다”며 유엔사 해체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은 신뢰 구축을 위한 정치적·상징적 조치”라며 유엔사 지위를 비롯한 현 정전체제가 법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지위와 북한의 군사력 증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논의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핵심 전략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한국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