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보, 미국에 제출 ‘D-1’…TSMC 등 ‘핵심’ 빼고 공개

입력 2021-11-07 14:58 수정 2021-11-07 15:21

미국 정부가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에 주요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대만 TSMC 등은 민감한 내용을 제외한 정보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 대만 TSMC·UMC, 일본 신코전기공업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반도체 설문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자 공급망 상황을 조사하겠다며 재고, 제품별 매출, 고객사 정보 등 26가지 문항에 대한 답변을 이달 8일(현지시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기밀정보라며 난색을 표시하자 기업별이 아닌 산업별 반도체 거래 현황을 제출하도록 수위를 완화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당초 미국 요구에 반발하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러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고객사 등 핵심 내용을 제외하고 나머지만 제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수급난 관련 대응방법은 기밀 서류로 별도 제출했다.

일반인 공개 형태로 가장 많은 답변을 기재한 자료를 제출한 타워세미컨덕터도 최대 고객사와 제품별 재고, 최근 판매량 등의 항목에는 답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는 기밀 자료 1건만 첨부했다. UMC는 공개 자료와 기밀 자료를 함께 첨부하며 공개 자료에 ‘기밀 버전을 참고해 달라’고 기술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다른 기업의 공개 자료를 참고해 수위 조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등 미국 요구에 반발하던 기업들도 자료를 제출한 걸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도 다른 기업처럼 민감한 정보를 빼고 자료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누락된 핵심 정보를 추가 제출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은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달 28일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9~11일 미국을 찾아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난다. 문 장관은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번 자료 제출 건에 대한 한국 기업의 사정을 대변해 설명할 예정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