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암 발병‘ 익산 장점마을

입력 2021-11-07 14:58 수정 2021-11-07 15:13
익산 장점마을 주민복지센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익산시 제공.

집단 암 발병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이 서서히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개울에서 발견된데 이어 복지센터도 문을 열어 마을이 큰 상처를 딛고 친환경 생태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7일 익산시에 따르면 함라면 장점마을에 주민복지센터가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이 복지센터는 전북도와 익산시가 주민들의 치유와 회복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모두 18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500㎡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다목적실·주민교육실·공동생활 홈·식당 등을 갖췄다.

익산 장점마을 도랑에서 발견된 수달. 주민 김현구씨 제공.

앞서 지난 4일에는 마을 농수로로 활용되는 도랑에서 수달 4마리가 발견됐다.

주민 김현구씨가 찍은 사진을 본 지역생태연구가 유칠선씨는 이 동물이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임을 확인했다.

김씨는 “우리 마을에 수달이 나타난 것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면서 “이제 암 발병 마을이라는 오명 대신 맑고 깨끗했던 원래의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맑은 물에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장점마을에서 발견된 것은 친환경 생태마을로의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는 장점마을 백서가 만들어졌다.

백서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환경부의 역학조사 과정과 결과, 주민들의 원인 규명활동,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체 운영, (유)금강농산 운영, 마을 관련 언론보도와 관련 사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민관협의회 위원인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는 “이 백서는 주민들이 피해자의 관점이 아닌 공장 가동 초기부터 환경문제를 지적하며 악취와 환경사고에 적극 대응해 왔던 투쟁 당사자로서의 기록”이라며 “주민 피해 회복과 마을공동체 복원, 재발 방지 등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익산시는 장점마을 후속대책으로 모두 166억7400만원을 투입해 3개 분야 12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인근에 비료공장이 생긴 후 주민 17명이 각종 암으로 숨졌고, 10여명이 투병 중이다.

2019년 환경부 역학 조사 결과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은 비료공장에서 퇴비를 만들며 불법적으로 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으로 밝혀졌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북도와 익산시 등에 15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올해 9월 민사조정에서 50억원에 합의하면서 4년여만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비료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비료공장 대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