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공개된 SNL코리아에서 여러 차례 당혹감을 내비친 데는 ‘사전 조율되지 않은 질문’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동행했던 이 후보 측 의원은 “이 후보가 질문을 아예 모른 채 방송에 들어가다 보니 현장에서 당황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표현됐다”며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 후보는 SNL코리아 ‘주 기자가 간다’ 코너에서 인턴기자 역할의 배우 주현영과 인터뷰하며 여러 번 진땀을 뺐다. 이 후보 측은 “방송녹화 당시 후보와 담당 PD 간 질문 조율이 전혀 안 된 상태였다”며 “나는 질문을 미리 알았지만, 후보에게는 전혀 안 알려줬다. ‘예능은 예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당황해하는 모습은 방송 곳곳에서 나타났다.
주현영이 “휴가 중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영화 ‘아수라’ 중 하나만 본다면”이라고 물었을 때가 대표적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이 후보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 배우 김부선이 출연한 작품이다. ‘아수라’는 가상 인물 안남시장의 비리를 다루는 내용이지만,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비슷한 내용이 담겨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는 해당 질문에 “둘 다 안 보고 싶다”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미 둘 다 봤다. 아수라가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후보가 솔직한 대답을 해줬다”며 “덕분에 당황해하는 모습들까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호평했다.
주현영은 인터뷰에서 “물에 빠진 이낙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중에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두 사람 사이의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며 “너무 어렵다. 꼭 골라야 하나. 제가 차라리 물에 빠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주현영은 “꼭 골라야 한다”며 거듭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님을 먼저 건져드려야겠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인간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정치 구도를 생각하면 이 전 대표님을 먼저 건져드려야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해당 답변에 대해 “민주당 원팀에 대한 간절함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 전 대표와 함께 가야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 아니었겠느냐”고 해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