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가치 계승…부동산 정책은 수정·보완”
“중·고교 못 다닌 이재명, 4년 만에 사시 합격”
“집안 넉넉했던 윤석열, 술 마시며 사시 9수”
“대장동 의혹은 유동규 개인 비리”
“윤석열 측근 윤대진 친형 비리 의혹도 수사해야”
지난 대선 때도 ‘사시 동기·34년 인연’ 이재명 도와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한 정치 보복과 과거에만 매몰돼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특히 윤석열 후보가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했던 후보 수락 연설을 거론하며 윤 후보를 공격했다.
정 의원은 “그 연설의 핵심은 ‘문재인정부의 적폐를 청산할 적임자는 나(윤 후보)다’, ‘나쁜 이재명을 처벌할 사람은 나다’였다”며 “정치라는 것은 과거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통합해 미래를 개척하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윤 후보가 검사의 시각으로만 여러 사안과 정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검사만 26년 동안 한 분(윤 후보)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전략과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그는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정부의 기본적 노선과 가치는 당연히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문재인정부가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부동산 정책이나 일부 경제 정책들은 수정·보완하거나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캠프를 사실상 이끌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에 선출된 이후엔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과 이 후보는 정치적 고락을 함께한 사이다. 두 사람은 28회 사법시험(1986년) 합격 동기로, 1987년 3월 사법연수원에서 처음 만나 34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정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태풍이 불 때도 당시 이재명 후보 경선캠프에서 뛰었다.
국민일보는 정 의원을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윤 후보를 공격하는 데는 거침이 없었으나 인격적 비난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돼 일하면서 민주당 정권과 대립하다가 나와서 4개월 만에 반대 정당에 들어가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게 특이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야당을 탓하기보다는 우리(여권)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보면서 윤 후보에게는 오로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윤 후보가 앞으로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정치 보복에만 몰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했다.”
-대선 후보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비해 왜 낫다고 생각하는가.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인생의 모든 과정이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이 후보는 스스로가 ‘흙수저’, ‘무수저’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다.
이 후보의 어머니는 시장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해주고 사용료 10원, 20원을 받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느라 중학교·고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
반면에 윤 후보는 평생을 금수저로 살아온 사람이다. 부친은 교수였고, 단 한 번도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집안에서 자랐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이 후보는 1982년 장학금을 받고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입학 4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한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집안이 넉넉하니까 사법시험 9수를 하면서, 본인(윤 후보)이 자랑처럼 얘기한 것이지만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공부한 것 아닌가.
이후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위해 성남으로 돌아가 인권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을 했다.
사실 가난했던 사람들은 누가 알아볼까봐 무서워서, 살았던 동네에 가서 변호사를 하지 않는다.
반대로 윤 후보는 검사의 길로 가서 특수부 검사로 승승장구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냥 ‘갑’이 아니라 ‘울트라 슈퍼 갑’이었다. 그가 했던 일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과거를 처단하고 심판했던 일이다.
나도 변호사를 지내 법조계의 많은 얘기를 알고 있지만 윤 후보가 불쌍한 피의자를 위해 ‘밥도 사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줬다’는 미담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이 가짜 미담을 유포할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또 갑자기 그런 (미담) 얘기가 튀어나올지 모르겠지만(웃음).
살아왔던 과정만 봐도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는 분명한 것 아니냐.”
(이번 인터뷰는 정확히 55분 동안 이뤄졌다. 정 의원은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비해 왜 낫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20분 가량을 할애했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도전해 당선됐고, 그 꿈을 시민들에게 돌려줬다. 성남이 당시 빚투성이었는데, 이 후보가 빚을 먼저 다 갚았다.
그 이후 했던 핵심사업이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청년배당, 무상급식, 그리고 경기지사로 넘어가는 시점에 무상생리대 사업을 했다. 그 배경을 알면 이재명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이다. 이 일을 한 가장 큰 이유가 그가 달동네에 살았던 경험이었다.
이 후보는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공동화장실을 가야 하는 달동네에서 아침마다 화장실에 10명∼20명 줄 서 있는 광경을 보고 자랐다.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불편한 여성들이 산후조리가 가능했겠느냐.
이런 경험 속에서, 생명을 낳는 일은 가장 숭고한 일인데, 더욱이 저출산 시대엔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세울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무상교복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 자신은 중·고등학교조차 못 다녔지만 달동네에 살면서 교복 살 돈이 없어서, 키가 자랐는데 바지가 짧은 ‘깡총’ 교복을 그대로 입고 다니는 아이들을 봤던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학생들에게 교복 사 입는 걱정은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 이 후보를 향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했던데, 이 후보만큼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정치지도자가 있었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 교체 열기가 뜨겁다.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정권 교체 열기를 부인하지는 않겠다. 다만,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대통령 중심제다.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제에다 단임제다.
대선은 대통령이 바뀌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모든 권력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로 승리하는 것은 민주당의 기본적 가치와 노선은 계승되는 것이지만, 이재명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권 교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권력이 교체되는 거죠. 정권 교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이재명정부, 새로운 권력의 출현이라고 저는 얘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제, 여야 후보가 결정됐기 때문에 후보 사이의 정책적 차이점, 그리고 여야 후보가 ‘과거 청산이냐, 미래 가치의 창조냐’ 이런 측면에서 대비된다고 하면, 국민들의 희망이 모여 이재명 후보가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권 교체는 아니고, 권력 교체라고 했는데, 이것이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전략과 어떤 차이가 있나.
“여야 모두 대선과 관련해 가장 청산돼야 할 악폐는 전 정권의 모든 것을 부인하는 것이다. ‘계승이냐, 차별화냐’ 이분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여야 정권 교체도 마찬가지고 같은 당의 권력 교체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정부의 기본적 노선과 가치는 당연히 이어가야 한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부동산 정책이나 일부 경제 정책들은 수정되거나 보완하거나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 하나만 말하자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5503억원의 공공이익 환수를 이뤄냈는데, 이 정도로 공공이익이 환수된 사례가 있나.
저는 대장동 의혹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개인 비리’라고 생각한다. 유동규가 돈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죠.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 되면서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로, 성남시 단독으로 추진하려고 했는데, 당시 국민의힘 시의원들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 결국 민관 합작으로 간 것이다.”
-그래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주장이 많다.
“최근 이재명 후보 측근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물론 (정진상 부실장이) 개입해서 뇌물을 받았다고 하면 처벌받아야겠죠. 그러나 제가 아는 정진상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다만, (정진상과 유동규가) 전화한 것은 사건이 벌어지고 하니까 확인차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래서 전화를 한 거지, 만약 정진상이 증거를 은폐하고 말을 맞추려 했다면 뻔히 수사 받고 압수수색 받기 전인데 전화를 했겠나.
유동규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선거운동을 열심히 도운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후보도 그런 사람(유동규)을 잘못 임명한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진다고 사과하지 않았나.
결국 지금 와서 보니까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이익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발생했는데 왜 예측하지 못했냐, 이 부분인데. 그때는 예상 못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후보와 관련해 잦은 말실수, 고발 사주 의혹, 부인·장모 관련 의혹이 ‘3대 리스크’로 불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실수라는 것은 가끔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실수가 자주 벌어지면 실수가 아니다. 그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누가 개한테 사과를 주는 그런 모습으로 사과를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본인(윤 후보)이 기획했든, 참모들이 기획했든 상당한 의도성이 있는 것인데, 그들이야말로 소시오패스 아닌가.
고발 사주 문제는 검찰의 조직 생리상, 검찰총장의 지시라든가,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암묵적 동의나 승인 없이 검사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거다.
손준성 검사도 검사 초년병이 아니라 부장·차장검사급 아닌가.
그런 친구들이 그런 일을 하려면 총장의 심기를 봐서 ‘이거 한번 해보겠습니다’ 건의를 했거나, 총장이 지시를 했거나 했던 거죠. 이건 검찰의 조직적인 범죄행위라라고 생각한다.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총장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사유화해 사적인 이익을 관철하려고, 자기 가족을 보호하려고,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생각한다.
부인 문제과 관련해선 결혼 이전의 문제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배우자와 결혼 전 또는 이후에, 배우자와 장모의 여러 행위를 은폐시키기 위해 검찰권과 검사로서의 지위를 악용해서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 역시 중대 범죄행위다. 그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계 좌장으로서 윤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계획인가.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정면에 내세울 생각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낙연 후보와의 치열했던 경선 과정에서도 우리는 네거티브를 안했다.
물론 야당과 대선은 본선이기 때문에 필요한 지적은 해야 한다. 당 차원에서 (윤 후보 의혹에 대해) 진실규명도 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윤 후보가 대검 중수부 근무 시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비리와 관련해 수사가 은폐되고, 중단됐던 부분에 (당시 피의자의) 변호인이었던 박영수 특검과 윤 후보의 압력이 있었는지 그런 의심들, 그리고 대윤·소윤하면서 (윤 후보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비리·불법행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최악의 네거티브 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높다. 선제적으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할 생각은 없나.
“코로나19로 인해 불평등과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 영세한 자영업자 고통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고,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기회조차 박탈됐다고 하는, 공정에 대한 심각한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중단과 관련해 민주당 내에선 윤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있는지, 또 도덕성 검증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다만, 우리가 야당에 제안하는 것은 빠른 시일에 양 후보 간 합의를 봐서 정책대결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선거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언론사도 유튜브를 하니까, 방송사를 포함해서 언론사들이 주관이 돼 정책토론을 많이 해 양 후보들의 정책 역량과 가치관, 철학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일보도 (양 후보의 정책토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줬으면 좋겠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직후 경선 승복을 약속했다. 여기에 비하면 민주당의 ‘원팀’ 의지가 약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와 가장 격렬하게 경쟁했던 이낙연 후보도 기본적으로 경선 승복은 한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을 통해 (앙금은) 다 풀어졌고요.
크게 보면,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호남쪽 분들 아니겠나. 결국에는 이 분들이 원팀이 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민의힘 경선 결과를 보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 드러난 거죠. 당심은 윤석열 후보였지만, 민심은 홍준표 후보였잖아요.
많은 자리에서 나는 홍준표 후보가 (본선에서)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아까 얘기한 여러 의혹들, 여러 가지로 봤을 때 도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부족함이 많다고 본다.
그런 것을,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부각된다고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윤해 정치부장, 정리=안규영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