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때려 사망케 한 40대… 2심서 대폭 감형된 이유

입력 2021-11-06 14:22
국민일보DB

오랜 시간 병간호를 하던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 김규동 이희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월 자신의 집에서 지병을 앓던 아버지 B씨(사망 당시 79)를 씻기기 위해 의자에 앉혔으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머리와 가슴, 복부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1993년부터 뇌졸중 후유증을 앓는 B씨를 어머니와 함께 병간호했다. 어머니가 2019년 세상을 떠난 후 A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채 혼자 B씨의 수발을 들었다.

지난해 B씨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결국 스스로는 거동도 할 수 없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A 씨가 오랜 간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B씨를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해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사망한 아버지의 몸에서 조사된 골절과 내장 파열 등은 의식을 잃은 아버지를 살리려던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 당시 이미 아버지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자신도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될 뿐 아니라 피고인도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A씨가 범행 약 2주 전 지인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토로한 점,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범행의 동기도 있었다고 봤다.

다른 가족들의 외면에도 A씨 홀로 피해자를 전적으로 간호·수발한 점, 유족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은 징역 7년으로 정했다.

다만 2심에서는 형량이 대폭 감형됐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정 권고형의 하한보다도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버지가 의식을 잃자 처음에는 의식을 회복시키겠다는 생각에 유형력을 행사했다”며 “심적 고통과 원망이 겹치면서 우발적으로 그 유형력이 가해진 부위와 정도가 상당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과 달리 작량감경을 통해 처단형 범위를 징역 2년 6개월~15년으로 줄였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것이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