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각각 ‘고발 사주’와 ‘대장동’ 의혹이라는 적잖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어서다.
윤 전 총장은 5일 국민의힘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던 그는 정치 새내기 신분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한 뒤 4개월여 만에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대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하나씩 나타났다. 각종 실언 논란에다 부인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이 불거졌다. 특히 윤 후보가 배후로 지목된 ‘고발 사주’ 의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현재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의 조직적 개입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찾고자 인력을 총동원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고발사주 의혹 제기 이후 진상조사를 벌여왔던 대검찰청 압수수색을 시도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자료는 현재까지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2일과 3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여권이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를 통해 일종의 ‘제보 사주’를 했다는 입장이다. 또 공수처가 자신을 겨냥한 정치수사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윤 후보는 “정권의 충견 노릇만 하는 공수처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정치공작의 폭풍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달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당 내부 세력 결집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성남시장 시절 자신이 ‘몸통’으로 지목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상태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지난 4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구속했다. 의혹의 주요 핵심 인물로 분류된 이들을 차례로 구속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앞둔 유 전 본부장과 통화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의혹 핵심 인물들의 배임을 가능케 했던 ‘윗선’의 존재 및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야권의 거센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대장동 1타 강사’로 떠오른 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이 후보의 측근이 1명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누군지 밝혀지면) 이 후보는 후보직을 내려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검찰이 자신을 겨냥해 ‘흠집 내기’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수사, 이해가 안 된다. 국민의힘 방해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공익환수한 성남시를 배임 수사한다면서 시시콜콜 수사내용을 흘려 흠집을 낸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내년 대선의 승패가 결국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경찰·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손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관련 수사의 향배가 단숨에 대선판의 분위기를 뒤흔들 수 있어서다. 앞서 언급된 의혹들은 두 대선후보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일본 언론도 우리나라의 대선 과정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여야 대선 맞대결 성사’ 소식을 전하면서 “검찰의 수사 향방에 따라 (한국) 대통령 선거의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