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IMF 때 집 나가 죽었다던 동생이냐”…24년 만의 상봉

입력 2021-11-05 13:58 수정 2021-11-05 14:35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끊겨 죽은 줄만 알았던 여성이 24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길에서 쓰러져 있는 이 여성을 발견하면서다.

5일 경기 남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강모(62)씨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이후 가족들은 강씨와 연락이 끊겨 행방을 찾지 못했다. 2011년 강씨는 사망자 처리가 됐고 가족들은 이후 그를 마음속에 묻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신고를 통해 길거리에 쓰려져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출동한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여성이 사망자로 처리된 강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처음에 살아있는 사람이 사망자로 처리된 것을 보고 보험 범죄에 연루됐는지 의심했지만 이내 강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강씨는 집을 나온 후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건강상 문제까지 덮쳐 무적자로 쪽방에서 홀로 살아왔다. 경찰 실종수사팀은 강씨와 면담을 통해 형제들의 이름을 단서로 소재를 파악하고 가족들과 다시 만나보도록 설득했다.

지난 4일 강씨는 자신의 언니 오빠와 남양주 남부경찰서에서 다시 만났다. 언니는 24년 만에 본 동생 강씨를 따뜻하게 안아줬고 오빠는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다 같이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서 가족들의 추억을 되새겼다.

강씨는 “그동안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어 홀로 지냈지만, 항상 그리워했다”며 “다시 가족을 만나게 해준 경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와 연계해 강씨의 실종선고 취소 청구 등 행정 절차를 도울 예정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