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짓 역겨워” 너무 늦은 정인이 양모의 후회

입력 2021-11-05 13:56 수정 2021-11-05 14:03
지난 3월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의 초상화를 들고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제가 한 짓은 입에 담기에도 역겹고 엽기적이었습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35)씨는 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울먹이며 이 같이 진술했다. 장씨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한다”며 “최악의 엄마를 만나 최악의 방법으로 생명을 잃은 둘째에게 무릎 꿇고 사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저는 인간의 가장 더럽고 추악한 모습 가진 사람”이라며 “너무 큰 죄를 지어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둘째가 엄마에게 학대 당해 죽은 아이로 기억되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씨 남편 안모(38)씨는 “제 무책임과 무지함으로 세상을 떠나게 한 율하(정인 양의 입양 후 이름)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되돌릴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정인 양 사건은 장씨의 가혹한 학대 사실 등이 정인 양 사망 뒤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날 서울고법 청사 앞에는 시민들이 ‘아프다고 말 한 번 못하고 죽은 정인이를 기억해 달라’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인이 양모 장모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진행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장씨는 지난해 6월 6~10월 정인 양을 상습 폭행 및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정인 양의 복부에 발로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안씨는 장씨의 아동학대를 방임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장씨 측은 정인 양을 학대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장씨 측은 정인 양을 발로 밟은 사실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장씨에 대해 사형을,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스스로 방어가 어려운 16개월 아이를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크고 반사회적”이라며 “피고인에게는 영원히 사회와 격리되는 극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공익의 대변인으로서 검찰에 엄중한 처벌을 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안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었다. 1심 재판부는 “장씨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았다”며 “강한 힘을 가해 췌장과 장간막을 파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장씨 부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