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에 물류 마비 현실화될까…화물·유통·택배업계 ‘전전긍긍’

입력 2021-11-05 11:09
요소수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지난 4일 광주 광산구 하남동의 화물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품귀 현상에 전국 곳곳에서 화물차량 운행에 차질이 생기며 물류 마비가 현실화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직구 등 요소수 확보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근본적인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5일 인천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등에 따르면 인천시 연수구 인천신항 등에서 컨테이너에 화물을 싣는 화물차 중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항에서 사용하는 하역 장비 중에도 요소수가 필요한 장비가 많아 요소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화물 처리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와 택배업계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자체 차량을 확보한 유통업체는 자체적으로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어 연말까지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 배송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위탁계약 배송업체 차량 등은 연말부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소 유통 등에서는 물류비가 일부 상승하는 등 요소수 품귀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내년 봄부터 농사에 차질이 생길지 농가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 연말 배추나 고추 등 밭작물에 뿌리는 요소 비료 가격이 농협 입찰을 통해 결정되는데, 원재료인 요소값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밭갈이, 농자재 운반 등에 사용하는 경운기나 화물트럭, 트랙터가 디젤 기관을 쓰기 때문에 내년 농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해외 직구 등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요소수 품귀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오픈마켓에서 해외 직구로 요소수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늘고 있다. 요소수는 원래 10ℓ당 1만원 가량에 판매되나, 최근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요소수 호가가 10만원선까지 치솟고 있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용 요소를 수입하는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중국 요소수 수출 제한 이후 국내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을 모색했다. 산업부는 또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요소수 제조업 관계자는 “급하게 러시아 등 원료 수급처를 다각화하려고 노력 중이나 원료를 실제로 들여오기까지 2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존 중국 수입량 대비 확보물량도 적어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요소수 품귀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