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진母 “죽어도 상관없단 식…데이트폭력 아닌 살인”

입력 2021-11-05 07:00
JTBC 보도화면 캡처

전 남자친구에게 맞아 숨진 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까지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절규했던 고(故) 황예진(25)씨의 어머니는 “사과를 바라지도 않고 받을 생각이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황예진씨의 어머니 A씨는 4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마포 폭행 사망사고’와 관련한 첫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 딸 아이가 아빠 꿈에도 나타나 억울하다고 말한다”며 “(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건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황씨의 전 남자친구 이모(31)씨 측이 법정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받을 생각이 없다”면서 “딸이 쓰러졌을 때 살리려는 행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중환자실에 3주 동안 있을 때도 사과가 없었다”고 성토했다.

A씨는 이날 오후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가 사망한 이유는 1차부터 4차까지 강한 폭행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쓰러지고 피가 났고 시체처럼 1층부터 8층까지 로비로 계속 끌고 다니잖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행동했는데 저희 가족은 이걸 상해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필적 고의 살인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또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면 연인관계니까 단순한 폭행으로 아니면 둘 간에 뭔가가 사연이 있겠지, 그렇게 가려진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죽었다, 죽였다”면서 “사람을 죽였으면 똑같은 살인죄고 살인을 저질렀으면 강력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피고인 이씨 측 변호인은 이날 첫 공판에서 “얼마든지 백번 사과할 의향이 있다. (피해자 측과) 합의할 의사가 당연히 있다”며 “피해자 유족의 인적 사항도 모르고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시도할 처지가 못 됐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는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피고인 이씨는 여자친구 황예진씨가 살던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황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40분에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