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경춘선 평내호평역 앞에 지난 6월 지상 5층 규모의 세련된 건물이 들어섰다.
고용절벽을 마주한 지역 청년들이 창업으로 자립해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남양주시가 초역세권에 조성한 청년창업센터 ‘이석영신흥상회’다.
시는 이 공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 독립운동을 펼친 남양주 역사 인물 ‘이석영 선생의 정신’과 시의 ‘공간혁신 철학’을 담았다.
입점한 28개 점포의 청년 사장들은 시에서 지원하는 ‘멘토링’프로그램과 저마다의 마케팅 전략, 협업 등을 통해 5개월간 영업을 펼쳤고, 현재는 상당히 안정적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지난달 시의 매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 라이브커머스,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매출 다각화를 통해 월평균 매출이 약 390만원으로 전달 대비 65% 향상됐다.
이석영신흥상회는 시와 지역 청년들 그리고 시민이 서로 어울려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위드 코로나’상황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커피 브런치와 쇼핑을 하고 라운지와 광장에서 종종 펼쳐지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즐기며 여가를 보낼 수 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핼러윈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건물 전체를 해골 등 핼러윈 테마로 꾸미고, 포토존과 다양한 이벤트, 톡톡 튀는 시민 참여 체험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평소 하루 130여명 정도가 방문했지만 핼러윈데이 이벤트 3일(10월 29~30일) 동안에는 1500명이 찾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초역세권·저렴한 임대료·젊은 감성이 강점
다른 지자체의 청년창업센터가 주로 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것에 반해, 이석영신흥상회는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경춘선 평내호평역(1번 출구)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게다가 제품 홍보를 위한 영상·미디어 촬영 스튜디오를 비롯해 간단한 사무를 처리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와 비즈니스·플리마켓 라운지 등이 마련돼 있어 공동 행사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세련된 건물 외관과 대형 영상 스크린은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쾌적하고 젊은 감성 물씬 풍기는 실내 공간과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상정원 등도 강점이다.
이 같은 요소들은 카페, 샌드위치, 미용, 쥬얼리, 독립서점, 의류, 패션잡화 등 다양한 업종의 청년 점포 입주로 이어졌다.
남양주시 지원·청년 사장 판로 개척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
남양주시는 이석영신흥상회에 입점한 청년들이 향후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경영, 마케팅, 자금·투자, 회계·세무, 인사·노무, 특허 등 각 분야 전문가 120여명이 참여한 창업 자문단을 구성해 업체별 ‘멘토링(Mentoring)’을 진행한다. 또한 온라인 마케팅 등 각종 마케팅 방안, 재무 회계 등 교육프로그램, 고객응대 CS(Customer Satisfaction) 진단 등도 병행하고 있다.
창업 자문단 멘토링과 창업자 교육프로그램은 이석영신흥상회 입점 업체 외에 남양주시 예비·신규 청년 창업자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청년들의 자발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 원데이클래스(One-day Class), 할인 이벤트, 외부 출장 강의 등 자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편다. 또한 배달 앱을 통한 판매, 아이디어스(idus) 및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 참여 등 적극적인 온-오프 판매를 병행한다.
이 외에도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옆 가게 서로 봐주기, 예약제 서비스 운영해 등 서로 도와가며 영업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1인 창업 몰에 적합한 사업방식이 정착됐다. 또한, 공용 공간을 전시·판매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이석영신흥상회는 청년들의 자립 거점으로, 우리 시가 청년 문제 해결에 진정성 있게 임해 탄생한 실질적 현장이다. 청년들이 이곳에서 기반을 다지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며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 버스킹 공연 등 볼거리 다양
이석영신흥상회 건물 앞 넓은 광장엔 조명 분수도 조성돼 날씨 좋은 날에는 시민 커뮤니티 공간이자 휴식 공간이 된다. 개관 이후 청년 사장들의 아이디어 보따리가 풀린 ‘영차마켓’이 열려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쇼핑의 즐거움도 선사했다.
오는 6일에는 오후 4시부터 남양주시 홍보대사인 가수 윤태규씨가 지역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버스킹을 펼친다. 평소 시민 소통을 위해 소탈한 행보를 보이는 조광한 남양주시장도 우정 출연한다. 듀엣 기타 연주와 노래로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시민들로 구성된 ‘남양주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 만에 시민 후원으로 만들어진 ‘남양주 평화의 소녀상’이 이곳에 세워져 새로운 지역 명소가 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이곳은 이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의미도 갖게 됐다.
남양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