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애널리스트에 “매도의견 내시냐” 물은 이유

입력 2021-11-04 17:5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매도 의견은 내시냐, 중립까지는 내시냐”

4일 한국거래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는 (기업 분석에서) 좋다는 이야기만 하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며 “매도 의견 좀 내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은 금융투자업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 중 하나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증권사 35곳이 낸 증권리포트 9만9035건 중 90%(8만 8928건)이 매수 의견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립 의견은 1만36건(9.9%), 매도 의견은 71건(0.07%)에 그쳤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리포트가 매수 의견 일색이라는 비판이 많다. 객관적인 기업 가치 파악 및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리포트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증권사에서는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 상장사에 대한 기업 탐방이 끊기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해당 종목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어 매도 리포트를 내는데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도 증권사 리포트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증권사 종사자들에게 투자자들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한 증권사 연구원에게 “매도 우위를 내시느냐”고 물은 후 “대답하기 곤란하면 죄송하다. 시장도 기업도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주식투자 실패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사실 1992~1993년부터 주식투자를 했다. 개미 중에 꽤 큰 개미다”라며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IMF 맞아서 계좌가 깡통이 나는 아픔도 겪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땐 소위 작전주, 소형 투기 주 등에 투자했다. 주식 투자 초보자가 있다면 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교과서를 많이 읽어보시라”라며 “실적도 없이 이름만 건재한 투기주식에는 정말 손 대지 않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우량주 장기보유를 권장해야 한다”며 주식 장기보유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