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의견은 내시냐, 중립까지는 내시냐”
4일 한국거래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는 (기업 분석에서) 좋다는 이야기만 하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며 “매도 의견 좀 내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은 금융투자업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 중 하나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증권사 35곳이 낸 증권리포트 9만9035건 중 90%(8만 8928건)이 매수 의견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립 의견은 1만36건(9.9%), 매도 의견은 71건(0.07%)에 그쳤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리포트가 매수 의견 일색이라는 비판이 많다. 객관적인 기업 가치 파악 및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리포트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증권사에서는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 상장사에 대한 기업 탐방이 끊기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해당 종목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어 매도 리포트를 내는데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도 증권사 리포트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증권사 종사자들에게 투자자들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한 증권사 연구원에게 “매도 우위를 내시느냐”고 물은 후 “대답하기 곤란하면 죄송하다. 시장도 기업도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주식투자 실패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사실 1992~1993년부터 주식투자를 했다. 개미 중에 꽤 큰 개미다”라며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IMF 맞아서 계좌가 깡통이 나는 아픔도 겪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땐 소위 작전주, 소형 투기 주 등에 투자했다. 주식 투자 초보자가 있다면 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교과서를 많이 읽어보시라”라며 “실적도 없이 이름만 건재한 투기주식에는 정말 손 대지 않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우량주 장기보유를 권장해야 한다”며 주식 장기보유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