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 규제로 품귀 현상을 빚는 요소수 대란이 물류 및 운송 업계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소수 물량이 달리자 상당수 주유소는 판매를 중지했고, 가격은 급등했다. 전화 사기를 벌여 수천만원대 피해도 발생했다. 업계는 앞으로 품귀 사태가 계속되면 화물차와 대형버스 운송 등 물류, 운송 전반에 큰 차질이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4일 부산항 신항과 북항 인근 주유소에는 ‘요소수 품절’ 현수막이 내걸렸다. 요소수가 남은 주유소는 온라인에서 리스트가 공유되면서 경유 차량이 몰려들어 빠르게 동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산항 컨테이너 하역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당장 이번 주말부터라도 멈추는 차량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에서 운행 중인 화물차 10대 중 3대가 요소수가 필수적인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설치된 차량이다.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요소수를 생산하는 전북 익산시 제2산업단지 아톤산업 정문 앞에는 이날 새벽부터 화물차 운전기사와 농민 수십여명이 몰려들었다. 회사 측은 고민 끝에 한 사람당 2통씩 판매키로 결정했다. 한 주민은 “새벽 4시에 나와서 4시간을 기다려 다행히 2통을 샀다”고 말했다.
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익산에서 울산까지 왕복하려면 요소수 10리터 한 통이 필요한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형화물차의 경우 300~350㎞를 운행하는데 보통 10리터의 요소수가 필요하다.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정상적 운행이 어려워진다.
울산 화물업계와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리터당 500~600원가량 하던 지역 주유소의 요소수 판매가격은 최근 최고 5000원까지 올랐다. 이마저도 구하려면 하늘의 별따기다. 울산화물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모든 대형화물차가 멈추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도 발생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요소수 업체에 통신사를 사칭한 전화가 걸려와 다른 전화번호 착신전환을 요구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화를 가로채 구매 희망자들에게 “요소수를 대량으로 팔테니 돈을 입금하라”고 해 여러명으로부터 구매대금 80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요소수 대란의 불똥은 소방 등 공공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소방당국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6748대 소방차 중 80.5%, 1675대 구급차량 중 90.0%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소방당국은 지역 소방본부에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은 주문했다. 서울시는 각 소방서에서 확보한 요소수 중 약 1개월 사용량인 150리터를 제외한 물량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즉시 반납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요소수 매점매석행위를 긴급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에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정부부처 합동단속반을 가동해 매점매석 행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부산·울산·전주=윤일선 조원일 김용권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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