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오래된 아파트(구축) 가격을 상승시켜 시장 불안을 야기할 것이란 정부 지적에 서울시가 “(규제 완화는) 막힌 곳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며 맞받았다. 정부 규제가 시장에 안정을 가져다주지 못한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병목 현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7개월 동안 각종 심의 및 인허가 신속 처리로 주택 약 8만호가 공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에 따라 8만호 주택 공급의 숨통을 틔게 됐다”며 “인위적인 개발 억제 정책으로 발이 묶였던 주택공급 행정절차를 정상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건축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에서는 개발 호재로 받아 들여진다”며 “그 지역 오래된 아파트 가격만 올라가는, 시장 불안의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하고 주택 공급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도심 주택 공급, 개발 이익 공공성 강화를 전제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날 “서울시 생각은 다르다”며 “(규제 완화는) 그동안 막혀있던 것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시장이 안정돼야 하는데 주택 가격이나 전세난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는 물론 서울시 분석에서도 일시적·대규모 공급이 아닌 지속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흔들리지 않는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주요 재건축 단지 절차를 정부와 계속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좀 양보하고 협조한 부분이 있다”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 진단 등 국토부 소관 문제에서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을 뿐 공급 속도전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다.
서울시가 밝힌 8만호는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1만7000호, 착공 전 인허가 단계에 4만8000호, 착공·준공 물량 1만7000호로 분류된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10년간 지지부진했던 ‘한남5구역’ 2555세대 등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들어섰다. 인허가 단계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3만7000호와 역세권 청년주택 1만호로 구성돼있다. 착공·준공을 끝낸 물량은 이문1재정비촉진구역(3069호), 장위1구역(939호) 등이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