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내는 애플TV+·디즈니+ 한국 런칭, 버티는 넷플릭스 입지 좁아질까

입력 2021-11-04 16:31 수정 2021-11-04 16:37
SK브로드밴드를 통해 Apple TV 4K를 구입·설치한 고객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고객은 B tv 앱을 통해 실시간 채널, VOD 서비스를 즐기거나 Apple TV+, 웨이브 등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글로벌 주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망사용료’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새로 한국에 발을 내딛는 애플TV플러스(애플TV+)와 디즈니플러스(디즈니+)는 망사용료 논란 없이 이동통신사들과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시장을 지켜야 하는 입장인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버티면서 정부 압박까지 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TV+와 디즈니+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했다. 애플이나 디즈니가 CDN에 사용료를 내고, CDN은 계약을 맺은 이통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CDN은 콘텐츠를 분산해서 저장해두는 서버다. 콘텐츠를 한 서버에만 두면 전 세계 이용자들이 몰렸을 때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각 지역마다 콘텐츠를 저장한 CDN을 둬 트래픽을 분산시킨다.

이통사와 갈등없이 한국에 진출하는 애플과 디즈니는 초반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TV 4K를 구매하고 Btv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애플TV+를 최대 6개월 무료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LG전자는 오는 16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LG전자 TV를 통해 애플TV+를 신규 구독하는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12일 디즈니+ 국내 출시를 전후해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와 달리,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 소송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는 이통사와의 협력을 언급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한국에서 인프라 및 망사용료 관련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효과적, 성공적으로 제공되면서도 망에 부담되지 않는 방법으로 협업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과 디즈니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자체 CDN으로서 오픈커넥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지난해 전 세계 1000여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커넥트를 이용해 전체 트래픽의 최소 95%를 절감했고 1조4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방한 기간에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들을 만나 넷플릭스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은 만남을 거절했고, 국회는 망사용료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만약 입법화가 된다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는 협상을 통해 ISP와 관계를 맺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처음부터 망사용료와 관련해 넷플릭스에 수차례 협상 의사를 전달해왔다. 망 무임승차 당위성만 계속 주장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협상 의지는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