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준표가 윤석열보다 어렵다”는데…의도적 ‘흠집내기’ 주장도

입력 2021-11-04 16:14 수정 2021-11-04 16:21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하루 앞둔 4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홍준표 의원이 대선 본선에서 어려운 상대라고 밝히는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의 경우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다 정치 경험 부족을 약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홍 의원에 대해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의도적인 ‘깎아내리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경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홍 의원이 무서운 적인양 엄살을 피운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했던 윤 전 총장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경쟁력을 폄하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후보 측 의원들은 4일 윤 전 총장은 대선 후보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저평가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본선은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의 싸움”이라며 “윤 전 총장은 워낙 리스크가 큰 인물이라 본선에 올라오는 순간 고꾸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다른 의원은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과 ‘개 사과 사진 논란’만 봐도 윤 전 총장은 조심성이 부족한 후보“라며 “이 후보와 본선 토론이 시작되면 말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과 맞붙게 될 경우 이 후보의 ‘도덕성 약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민주당 선대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3일 C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부인 김건희씨 그리고 장모, 또 측근들의 비리들은 아주 무궁무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 후보 측이 강점으로 꼽는 정책 능력 면에서 크게 차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섞여 있다. 이 후보 측 의원은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정책’은 많지만, ‘윤석열표 정책’은 뭐가 있나”라며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보면 윤 전 총장의 미숙함이 훤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홍 의원의 정치적 노련미와 인생 스토리를 위협적인 요인으로 바라봤다. 한 수도권 의원은 “홍 의원은 경험 많은 정치인이라 어떤 발언을 했을 때 욕을 먹는지, 안 먹는지를 너무 잘 안다”며 “가난하게 태어나 어렵게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하는 등 이 후보와 홍 후보의 인생 스토리가 서로 너무 겹친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의 강점인 2030세대 지지세와 중도 확장성도 민주당이 부담스러워하는 지점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중도 확장성과 젊은 층 지지세에서는 이 후보를 압도한다고 본다”며 “또 윤 전 총장을 찍을 민주당 지지자는 거의 없겠지만 홍 의원을 찍는 지지자들은 좀 있을 것”이라고 이탈표를 우려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홍 의원보다 위협적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정권교체 여론이 공고하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정부와 직접 맞섰던 윤 전 총장이 더 버거운 상대라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을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를 확실하게 응징할 사람으로 본다”며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