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기업, 친환경 성적 대부분 ‘낙제점’…현대기아도 F

입력 2021-11-04 14:57
현대차 광고판에 "내연기관 이제그만" 낙서하는 그린피스. 그린피스 제공

글로벌 자동차업체 10개 중 7개사가 친환경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올해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로 국내외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F+로 친환경 실적 및 계획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4일 ‘2021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올해 전 세계 판매량을 기준으로 상위 10개사인 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현대기아차 혼다 포드 닛산 르노 다임러에 대한 다면 평가 결과가 담겼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전기차 전환,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 자원 지속가능성, 문제점 등 크게 4개 항목에서 친환경 실적과 계획을 살펴보고 평가했다.

그 결과 10개사 중 낙제를 면한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GM(C-) 폭스바겐(D) 르노(D-)가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현대기아차(F+) 닛산(F+) 혼다(F+) 다임러(F-) 포드(F-) 스텔란티스(F--) 도요타(F--) 총 7곳은 낙제점을 받았다. 그린피스는 “F를 받은 회사들은 모두 탄소중립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중 전기·수소차 비중이 0.12%에 불과했던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으며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및 전기차 전환’ 부분에서 1.88점으로 9위를 기록했다. 반면 10개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GM은 같은 항목에서 6.69점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 5와 EV6로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친환경 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부분에서 4.81점을 얻어 GM(6.69점) 폭스바겐(5.19점)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공급망 탈탄소화’ 항목에서는 3.10점을 얻는 데 그쳤다. F+를 받은 이유에는 2045년 탄소중립 선언 관련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기지 않은 점 등이 언급됐다.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광고 등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97%가 내연기관차”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현대기아차가 올해 9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505만3615대 중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는 89만751대로, 전체의 17.6%를 차지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만 따졌을 때는 17만2656대로 전체 판매량의 3.4%였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 판매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205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탈탄소 계획을 갖춘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세계에너지기구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늦어도 2035년까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글로벌 10대 자동차사들이 이보다 이른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