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성매매 조직에 넘겨”…‘현실판 테이큰’ 피의 복수

입력 2021-11-04 14:20 수정 2021-11-04 14:31
1급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된 존 아이젠만. 뉴욕포스트 캡처

미국의 한 아버지가 성매매 조직에 미성년 딸을 팔아넘긴 딸의 남자친구에게 잔인한 복수극을 벌였다. 딸의 남자친구는 살해된 지 1여 년이 지나서야 도로변에 버려진 차량 트렁크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뉴욕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시에서 벌어진 10대 남성 살인사건을 지역 신문 ‘스포크스맨 리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스포크스맨 리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지역 주민들은 길거리에 버려져 악취를 풍기는 초록색 1991년산 혼다 어코드 차량을 한 대를 발견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들은 직접 트렁크를 열어 안에 10대 남성의 시체를 찾아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처참한 모습으로 부패한 상태였다. 시신의 발목과 손에는 케이블 타이가 묶여 있었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그의 옷에는 칼자국으로 보이는 구멍이 여러 군데 뚫려있었다. 경찰은 이 시신을 지난해부터 실종됐던 엔드류 소렌센(19)으로 확인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먼저 차량의 주인 브렌다 크로스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수차례 전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직접 집에 찾아간 경찰을 맞은 건 크로스의 약혼자 존 아이젠만(60)이었다. 그는 “약혼자의 차량이 1년 전 도난 당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며칠 후 차 소유주인 크로스에게 들은 말은 달랐다. 지난해 10월 크로스와 아이젠만이 딸을 찾기 위해 자신의 차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미성년 딸의 남자친구인 소렌슨이 딸을 성매매 조직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안 직후였다. 살인의 동기로 엿볼 수 있는 증언이었다.

길거리에 유기된 차량 트렁크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엔드류 소렌센. 뉴욕포스트 캡처

시신이 발견된 지 며칠 후 크로스와 아이젠만의 이웃에게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아이젠만이 누군가를 죽이고 시신을 차 트렁크에 넣었다”며 “아이젠만은 소렌슨의 시체가 유기된 방식을 이웃들에게 상세히 털어놨다”고 고발했다. 지난달 29일 경찰은 아이젠만을 곧바로 체포했다.

아이젠만은 구금 직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소렌슨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시애틀에서 강제로 매춘을 당한 딸을 구한 직후 소렌슨이 있는 장소를 알게 됐다”며 “지난해 11월 소렌슨을 찾아가 손발을 묶어서 차 트렁크에 넣기 전 소렌슨의 머리에 콘크리트 블록을 던지고 칼로 여러 번 찔렀다”고 말했다. 소렌슨이 실종됐다고 워싱턴 주 순찰대에 신고된 때와 일치하는 증언이었다.

경찰이 이 사건에서 남긴 한 가지 의문점은 차량의 위치다. 아이젠만은 이 차량을 스포캔시의 길거리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버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최근 이 차량을 시체가 발견된 곳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아이젠만은 현재 1급 살인혐의로 기소돼 구속 수감 중이며, 그에 대한 보석금은 100만 달러(약 11억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