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 폭력’, 유족 “상해치사 아닌 살인죄”

입력 2021-11-04 14:06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 9월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과 SBS를 통해 공개된 폭행 당시 CCTV 장면(오른쪽). 연합뉴스, SBS 8뉴스 방송화면 캡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장을 찾은 피해자 유족들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피고인 이모(31)씨 변호인은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안동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상해치사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접근이 어려워서 합의를 못 했다”며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사죄 의사를 전하려고 시도 중이다. 백번이라도 사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벌벌 떨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상정보 확인 과정에서 그가 처음 입을 열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들이 “크게 얘기하라. 안 들려요”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욕설까지 나오며 소란이 계속되자 법원 경호원들이 들어와 방청객들을 제지했다. 판사는 “유가족 심정은 이해하지만 재판 진행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씨 변호인은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재확인했다. ‘유족과의 합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계속 시도 중인데 유족 측에서 연락을 안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황모(26)씨와 다투다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폭행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황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8월 17일 숨졌다.

모친 등 유족은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건을 수사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살인의 고의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이다.

이 사건은 황씨 모친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며 관심을 모았다. 모친은 “이씨는 운동을 즐기고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지만 딸은 왜소한 체격”이라며 “이씨가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힘이 연약한 여자를 해칠 수 있었다는 것을 몰랐겠느냐”고 호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