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도 차별 아니라는데…軍, 훈련병 휴대전화 허용 검토

입력 2021-11-04 14:01
휴가 나온 병사들이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훈련병에게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후에만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병사들에 대해서는 24시간 허용하는 방안을 시범운용 중이다. 병사 인권을 제고하고 간부와의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지만, 임무 수행 차질과 보안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일부터 육군 15사단 소속 기간병과 훈련병 총 5000여명을 대상으로 일과 중 휴대전화 사용 1차 시범운영에 착수했다. 기간은 내년 2월 초까지다.

현재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있는 훈련병이 시범운용 대상에 포함됐다. 15사단 훈련병들은 입소 첫 주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그룹과 입소 1∼5주차에 사용하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사용시간은 모두 평일 30분, 토·일 1시간씩이다. 결과에 따라 훈련병도 짧은 시간이나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간병의 경우 ‘24시간 허용’ ‘평일 일과 개시 전과 일과 이후’ ‘평일 오전 점호∼오후 9시’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시범운영 중이다. 현재 병사는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평일 일과 이후(오후 6시~9시), 주말 오전 8시30분∼오후 9시로 정해져 있다. 이를 일과 중으로 확대해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활동이 종료된 병영문화 개선 기구인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장병이 사회와 소통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사용 검토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군 간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영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에 제한이 없는데 병사만 사용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훈련 상황에 따라 훈련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것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장교, 부사관 교육 과정에서도 5∼7주간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초군사훈련 목적으로 훈련병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공중전화 사용 등을 통해 외부와의 소통이 전면적으로 차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사 휴대전화 사용 확대로 인한 군 기강 해이와 임무 수행 차질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 현역 간부는 “지금도 병사 생활관에 가보면 온라인 도박을 하거나 비트코인 거래에 몰두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취침시간까지도 휴대전화를 사용해 다른 병사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다음 날 훈련이나 일과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보안사고와 관련한 병사와 간부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한 육군 부대에서 간부가 병사에게 보안검사를 이유로 사진파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병사는 이 과정에서 사적인 사진까지 공개해 불쾌했다는 글이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부대는 “일부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 관련 보안규정 위반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이 사진을 확인하는 등 방법과 절차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이번 1차 시범운용에서 바뀐 정책의 장단점을 확인한 뒤 결과를 종합해 내년 3∼6월 2차 시범운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시범운용 기간 중 순기능과 역기능을 세밀히 분석해 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