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인터넷 전화를 비롯한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 수신자에게 표시되게 하는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국내로 밀반입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4일 A(20대)씨 등 18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3~10월 인천항과 평택항을 통해 밀반입한 발신 번호 변조 중계기를 통해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에서 발신한 인터넷 전화번호를 바꿔서 국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송신토록 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람이 없는 모텔에 중계기만 설치해두는 '무인형 중계소' 형태와 차량에 중계기를 설치해 차량을 이동하면서 조작하는 '차량형 중계소' 형태의 수법을 사용했다. 아울러 옥상에 놓인 항아리 속이나 보일러실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렇게 조작된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30여명은 검찰, 금융기관 등으로 속이는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5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전화번호 276개, IP 96개 등을 분석해 중계기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수색해 중계소 46곳을 발견, 중계기 62대(총 1458 포트)와 라우터, 유심 등 관련 통신장비를 압수했다. 또 중계소 주변에 설치된 CCTV 100여대를 분석, 이동 경로를 추적해 차량형 중계소 운영자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망 번호로 전화가 송신되더라도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으로 속이며 돈을 요구하는 수상한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하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중계기 등 의심 물건이 발견될 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