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서 기도한 뒤 기독교계 내에서 큰 비판에 직면했던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결국 사과했다. 4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총무는 “5·18 광주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날 이 총무는 여섯 차례에 걸쳐 ‘사과한다’ ‘잘못이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총무는 “박정희 국사독재정권과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폭정에 맞서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 보편화를 위해 희생적으로 참여했던 교회협의 총무로서 가해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 참여한 건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라며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해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려 했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 속에 담긴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국가장 참여는 광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제 잘못이었다”고 했다. 또한 “5·18 희생자와 유가족이 받은 상처를 마음에 다시 새기며 깊이 사과한다”며 “5·18 광주의 마음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며 희생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분들과 이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20·30세대에 깊이 사과드린다. 광주의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 총무는 “앞으로 거취도 곧 열릴 정기총회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밝혔다. NCCK 총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