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해외에서 잇따라 울려퍼지고 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일본 공연을 통해 5·18정신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있다.
4일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에 따르면 ‘임을 위한…’을 기반으로 제작한 창작관현악곡 해외 연주회를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다. 현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5·18의 선율’을 퍼뜨리고 있다.
오는 19일과 12월 2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공연이 각각 진행된다.
우선 우스베키스탄 공연은 국립교향악단이 현지 Youth Creativity Palase에서 김 신 작곡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을 연주한다. 지휘자 카몰리딘 우리바예프는 우즈베키스탄 국립음악원 총장을 지냈다. 2014년 우즈베키스탄 영예로운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도쿄 Musashino 문화센터 컨서트홀에서 소가 다이스케의 지휘로 진행하는 일본 공연은 도쿄 프라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황호준과 김 신 작품을 선보인다.
지휘자 소가 다이스케는 세계 양대 지휘자 콩쿨로 꼽히는 브장송, 키릴콘도라신 지휘자 콩쿨에서 우승했다. 오사카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세계적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앞서 ‘임을 위한…’ 러시아 연주회는 지난달 22일 블라디보스톡 필하모닉홀에서 이뤄졌다. 퍼시픽심포니가 황호준 작곡 ‘빛이 있는 마을’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아나톨리 스미르노프 지휘로 펼쳤다.
지휘자는 러시아 프리모르스크 필하모닉 협회 예술감독으로 현재 볼고그라드 극장 상임지휘를 맡고 있다.
시와 문화재단은 ‘임을 위한…’의 해외공연을 위해 지난달 연주단체 공모에 나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일본,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에서 참가한 7개 오케스트라 가운데 3개 단체를 선정했다.
국내 공연도 활발하다. 문화재단은 지난 7월 실시한 국내 연주단체 공모에 참가한 총 17개 팀 중 5개팀을 선정해 서울 부산 등에서 ‘임을 위한…‘ 창작관현악곡 연주회를 열고 있다.
‘임을 위한…’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들불야학’을 운영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1981년 작곡됐다.
가사 원작자는 고 백기완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차용해 가사를 지었다. 1980년대 초 광주지역 노래패가 창작 노래극에 김종률 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작곡으로 삽입한 이후 그동안 각종 집회에서 5·18 상징곡으로 애창됐다.
1980년대 말부터는 민주화운동 집회 때마다 민주화를 위해 산화한 열사들에 대한 묵념과 함께 부르는 민중가요로 자리잡았다. 이명박(2008~2013)·박근혜(2013~2017) 정부 때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5·18 기념식에서 이 노래의 제창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끈질기게 벌어졌다.
하지만 국회는 이 노래를 5·18민주화운동 공식 추모곡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제37주년 5·18 정부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제창하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한 바 있다.
광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임을 위한…‘은 단순한 민중가요 한 곡이 아니다”며 “이 노래를 통한 5·18정신의 세계화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