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교실’에 뿔난 학부모…근조화환 시위

입력 2021-11-04 09:16 수정 2021-11-04 09:55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곡초등학교에 진열된 근조화환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홍성헌 기자

이동식 학교 건물인 모듈식 증축에 항의하는 근조화환이 충북 청주의 신흥개발지역인 흥덕구 송정동 테크노폴리스에 설치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4일 오전 청주 내곡초등학교 정문 인근에는 모듈식 증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근조화환 30여개가 놓여져 있다. 길게 늘어선 근조화환엔 ‘92억 컨테이너가 웬 말이냐’. ‘아이들 안전은 양보할 수 없다’, ‘답 없는 대책에 조의를 표합니다’ , ‘백로가 비웃는다’ 등 교육당국의 대책에 항의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교육당국이 과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모듈러 공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다. 청주시교육지원청은 이날 오후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한다.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곡초등학교에 진열된 근조화환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홍성헌 기자

학부모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반대 목소리가 근조화환 시위로 번지게 됐다”며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학부모들은 지난 5월에 결정된 모듈식 증축을 지난달에 뒤늦게 알게 됐다”며 “화장실도 없는 컨테이너에 내몰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근조화환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학부모 C씨는 “아무리 교육당국 정책에 화가 나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신중해야한다”며 “충분한 대화와 타협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도민소통 플랫폼인 충북교육 청원광장에는 최근 ‘청주 내곡초 모듈러 교실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한 청원인은 “테크노폴리스에는 학교 부지가 있고, 앞으로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분양도 예정돼 있다”며 “(모듈러 교실 설치에 들어갈) 92억원을 낭비하지 말고 초중통합학교 설립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은 현재 공감댓글이 1252건에 달해 도교육청의 답변기준(30일간 300건)을 훌쩍 뛰어 넘었다.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곡초등학교에 진열된 근조화환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홍성헌 기자

현재까지 테크노폴리스의 학교는 공동주택이 입주를 시작한 2019년 3월에 개교한 내곡초등학교 유일하다. 이 학교는 30개 학급, 전교생 850명으로 출발해 현재 42학급, 1194명으로 늘었다. 이 지역의 학생이 계속 증가해 내년에는 1423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56학급으로 늘릴 계획이다.

모듈식 학교는 노후 학교의 리모델링과 증·개축시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교실로 공사기간이 짧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내곡초의 경우 기존 컨테이너 방식의 임시가설교사가 아닌 건축물 인허가를 받은 정식 건축물로 지어진다. 주요 자재의 80%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