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건 국민이 일을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내가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강하게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다. 사람들은 전염병, 고용 시장, 휘발유 1갤런 가격 등 많은 것들에 대해 화가 나고 불확실해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텃밭인 버지니아주를 내주는 등 최악의 패배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교착 상태인 의회 등을 탓하며 탄식한 셈이다.
외신은 그러나 ‘바이든의 패배’ ‘무능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했다.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 세력과 온건 세력 간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도 시작됐다. 집권 여당의 국정 동력 상실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의제 추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에 미친 영향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에 더 큰 걸림돌이 됐다는 게 드러났다. 트럼프 효과’가 있었지만 바이든 영향이 더 강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출구조사를 보면 버지니아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4%에 달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의견은 23%로 매우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 46%의 절반에 그쳤다.
높은 투표율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 역시 깨졌다. WP는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재향군인과 가족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무능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이 우위 상태임에도 마비된 의회 역시 무능을 드러냈다”며 “투표하기가 쉬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겠지만, 자신이나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힐은 “민주당이 버지니아주 선거 패배 이후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프라법안 등 주요 의제 지연의 책임을 놓고 민주당 내 온건파와 진보파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팀 케인 상원의원은 “미국 대중이 우리에게 상·하원 과반 의석을 준 데는 이유가 있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와 사회복지 예산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선거 패배의) 70% 책임은 의회에 있다”고 말했다.
WP는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수렁에 빠진 2개 주요 의제 추진을 위해 초조해하고 분개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 맨친 상원의원은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투표를 통해 이를 분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예산안 규모를 삭감하려 했던 조치가 옳았다고 항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프라 법안 등 예산안이 통과됐다면 민주당 후보가 이겼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거일 전 통과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골수 지지층 마음을 바꿀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예산안 외에도 민주당이 안고 있는 시한폭탄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투표권, 이민, 경찰 개혁 등 문제가 여전히 계류 중이며, 이는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다시 당을 분열시킬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중도 세력과 진보 세력 연합체인 민주당이 주요 의제로 분열돼 바이든 행정부가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버지니아주 출구 조사에서 유권자 과반수는 민주당이 너무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의제가 당의 결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 셈이다.
대표적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주 선거에서 필립 머피 주지사가 잭 시아타렐리 공화당 후보를 간신히 누른 것 역시 주요 의제에 대한 지지층 분열상을 보여준다. NYT는 “머피의 신승은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강경 정책과 기후변화, 인종평등 등 자유주의적 의제에 대해 주 정부가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암울한 선거 결과로 내분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에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그 외 다른 건 합의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분열해서 졌다는 한 가지 사실만 인정했을 뿐 민주당 내분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