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4일 구속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로 수사가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화천대유에 거액이 돌아가도록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고 그 대가로 700억원을 약속한뒤 실제로 5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공모로 공사는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두 번째 시도 만에 김씨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달 14일 김씨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추가 조사를 통해 배임 공범 혐의를 다지고, 뇌물이 상납된 경위도 분명히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화천대유 맞춤형’으로 마련된 7개 필수조항이 공모지침서에 반영되는 단계에서부터 김씨 등과 유 전 본부장 사이에 모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7개 필수조항은 건설사 주도가 아닌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경쟁자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씨가 2015년 초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필수조항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유 전 본부장이 이 내용을 공모지침에 반영하도록 정민용 변호사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이 복원한 사건의 실체다. 검찰은 지침서 공고 하루 전날 공사 실무자들이 ‘민간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추가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정 변호사가 이를 묵살한 정황도 파악했다.
김씨 측은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씨는 심사를 받기 전 “저희는 그분(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행정 방침에 따라 사업 공모에 응했을 뿐”이라며 “(700억원 등) 그렇게 큰 액수를 약속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유 전 본부장에게 로비를 해 공모지침을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심사 후 “정영학이 설계하고 축성한 성인데 제가 방어하는 입장이 됐다”며 사건의 주범이 정 회계사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김씨와 함께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남 변호사도 이날 구속됐다. 다만 공범으로 함께 수사를 받은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유 전 본부장에 이어 김씨와 남 변호사까지 구속되면서 검찰의 남은 수사도 힘을 받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자 등 윗선 수사의 당위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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