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쪽지 쓰고 극단선택…험담한 학생 3명 징계

입력 2021-11-04 00:02 수정 2021-11-04 09:58
지난 7월 강원 양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군이 생전에 남긴 쪽지. A군 유족 측 SNS 갈무리

지난 7월 강원 양구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쪽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학생 3명이 징계를 받았다.

3일 양구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9일 2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고 피해 학생 A군에 대한 험담을 퍼뜨린 B군에게 출석정지 10일과 특별교육 1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밝혔다.

SNS에 A군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올린 C군에게는 사회봉사 10시간과 특별교육 5시간 이수를 조치했다. 친구들에게 A군에 대한 욕설과 험담 등을 한 D군은 출석정지 12일과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처분을 내렸다.

A군 유족 측은 학폭위 처분에 대해 징계 수위가 낮다며 반발했다. 유족 측은 “SNS의 문제 게시물 하나가 큰 벌을 줄 만한 사안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지만, 이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심각한 사이버 폭력”이라며 “이번 조치는 너무 가벼워 납득할 수 없다. 행정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7월 재학 중인 학교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며 학교폭력에 의해 A군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A군의 어머니는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A군이 생전에 쓴 ‘쪽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쪽지에는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와서 올려다보지도 못하겠어…내가 괜찮은 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아마도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고 쓰여 있었다. 또 “나 진짜 죽고 싶어, 자해? 안 보이는데 하면 그만”이라며 “너네랑 있으면 나 때문에 피해받을 것 같아 눈치 보여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