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가을 한파 등으로 ‘금(金)추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자 유통업계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절임배추를 대대적으로 풀고 나섰다. 절임배추는 미리 대규모로 계약을 맺어둔 배추를 수확해 가공한다.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 절임배추가 원물배추(가공 전의 배추)보다 싸진다.
4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배추 10㎏ 평균 도매가는 7622원에 달했다. 지난해(4969원)와 비교해 53.4%나 올랐다. 재배면적 감소, 배추 무름병 확산, 가을 한파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6.1% 줄어든 1만1629㏊ 수준이고, 생산량은 10.9% 감소한 119만4000t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강원,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 배춧잎에 반점이 생기고 뿌리와 잎이 썩어들어가는 배추 무름병이 확산했다.
가을배추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오히려 원물보다 저렴해진 절임배추 수요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19년 태풍 피해 등으로 배추 물량이 부족해 원물 가격이 폭등하자 절임배추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절임배추와 원물 배추의 매출 구성비는 70.6%대 29.4%로 2.4배 가량 벌어졌었다.
유통업계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잇다고 보고 사건계약으로 확보한 절임배추 물량을 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절임배추 1만 박스가 3일만에 완판되자, 올해는 3만5000박스를 준비했다. 5개월 전부터 경북 문경, 전북 고창, 전남 무안 등 주요 배추산지를 돌면서 4만5000평 규모의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했다. 가격은 일반 배추보다 최대 25%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산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남산 배추를 잡아 지난해보다 절임배추 사전계약 물량을 125% 늘렸다. 이달 중순부터 김장 채소 할인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GS수퍼마켓도 약 3개월 전부터 강원, 충북 괴산, 전남 해남 등을 다니며 사전계약을 했다. 원물 생산단계부터 참여해 판매가격을 지난해보다 12% 낮췄다. 이미 지난달 13~26일 강원도와 충북 괴산의 절임배추로 진행한 1, 2차 사전 예약 행사는 5일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원영민 GS리테일 농산팀 MD(상품기획자)는 “올해 배추는 병해와 냉해 피해로 작황이 부진해 원물 가격급등이 예상된다. 배추 파종 시기부터 농가 지원을 진행해 물량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